한시적 자가 격리 운동이 필요하다
한시적 자가 격리 운동이 필요하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2.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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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알제의 오랑(Oran) 시. 어느 날 의사 뤼는 병원을 나서다 층계참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한다. 오랑시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페스트의 징후였다. 죽은 쥐떼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자 온 도시에 죽은 쥐 이야기가 퍼져나간다.

죽은 쥐들이 사라지고 나자 이번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페스트의 창궐로 도시는 공포와 불안으로 얼어붙는다. 오랑시는 단말마의 상태에 이른다. 사람들은 살기 위하여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성실한 의사 뤼. 뤼와 함께 하는 타루. 기자 랑베르, 신앙심이 투철한 파늘루 신부. 그리고 동료의사로서 페스트 치료제를 연구하는 카스텔은 페스트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다. 뤼는 당국의 힘만으로는 페스트를 물리칠 수 없게 되자 시민들과 더불어 보건대를 조직하어 타루로 하여금 이를 이끌도록 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페스트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페스트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 자체는 페스트라는 무서운 역병과의 투쟁을 마치 논픽션처럼 쓰고 있지만 작가는 페스트를 불의(不義)로 보고 불의에 저항하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마침내 페스트는 물러가고 페스트에 벌벌 떨던 오랑 시민들은 역병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한다. 오랑 시는 페스트에서 벗어낫건만 뤼의 동지 타루는 페스트로 죽는다. 인간은 어느 때나 역병(불의)이 나타나면 대항해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은 인간세계에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수십 년간 가구, 옷가지 속에도 있을 수 있고, 방,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그리고 서류 같은 것들 속에도 살아남아 있다가 다시 인간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맺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날마다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분투하고 있다. 소설은 흡사 현재의 우리 상황을 빗댄 것처럼 느껴진다. 감염된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는 타인에게 전염시킨다.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사태는 나를 경악케 한다. 높은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의료진이지만 이러다 상황이 크게 악화된다면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새롭게 코로나 폭발지역이 되고 있는 대구에서는 온 도시가 오랑 시처럼 얼어붙고 있다.

한 확진자가 예배에 참석했던 신생 교회의 많은 신도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여기저기서 확진자들이 2차, 3차, 4차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에도 벌써 몇 사람이 나왔다. 바로 현관문 앞에까지 역병이 온 것 같은 공포심이 든다.

바이러스는 옮기고 옮겨 병원 간호원, 군인, 코로나 대처 담당 교수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감염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들 무사한지 가족,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감염자가 자신이 전혀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도 접촉자에게 균을 옮길 수 있는 ‘무증삼감영’이 된다 하니 더욱 무서운 병이다. 한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인구의 40퍼센트가 감염될 수 있고 확률적으로 2만명이 희생될 수 있다고 밝힌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기침, 발열, 콧물, 두통, 무기력증 같은 소소한 증세가 한 가지만 나타나더라도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확진자 가족의 경우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며칠 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만만한 적이 아니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더 쉽게 전파되고 치료도 어렵다고 한다. 치사율은 낮다지만 확진자가 늘고 있는 사태가 저지되지 않으면 서둘러 우리도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분연히 일어나 맞서 싸워야 한다.

사람들은 요즘 외출 때 무엇이든 손으로 만지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단지 내 외출을 할 때조차 마스크를 착용하고 휴지 조각을 들고 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사람들이 점점 신경과민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는 더 심한 편이다.

찬바람을 쐬고 돌아 와 마른기침만 한번 해도 덜컥 겁이 난다. 앞으로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날을 정해 2주 동안 온 도시, 전국가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 자제령을 내려서라도 확산을 극력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시적으로 모두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당분간 일체의 모든 대중회합을 중지하고, 극장도 문을 닫아서 균이 퍼질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 개인 병원에서도 진단 키트로 양성 여부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병원을 비상 동원해서 신종 코로나 대응체제로 가동해야 한다.

소설 속의 뤼, 타루, 파늘루와 같이 지금 이 시간 병원에서 코로나 퇴치에 사력을 다하는 당국과 의료진에게 응원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 대구에는 진단 키트도, 의료진의 마스크도 부족하다고 한다. … 대구시민들 힘내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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