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관문형 폴리’ 랜드마크인가, 애물단지 일까
광주시 ‘관문형 폴리’ 랜드마크인가, 애물단지 일까
  • 권혁년 객원기자
  • 승인 2019.11.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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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관문형 폴리Ⅵ 사업’에 31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권혁년 객원기자
권혁년 객원기자

호남고속도로 광주 톨게이트에 무등산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우고,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란다. 출발부터 논란이 엇갈린다.

지난 3월에 작가 및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한국도로공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공사가 본격화된 시점인 지난 10월 22일 광주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폴리사업으로 설치된 시내 조형물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경우도 있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폴리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시정 내부의 판단과 업무 추진 과정에 관한 의아함과 함께 광주라고 하는 도시의 정체성과 그에 기반한 도시마케팅, 그리고 광주의 랜드마크에 대한 공론과 공감 자체가 허술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필자 같은 외지인에게 광주는 5․18 광주항쟁의 도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성지, 그리고 대한민국 어느 곳도 따를 수 없는 남도의 맛을 가진 도시이고 호남의 중심도시다,
하지만, 가끔 광주에 들를때마다 보고, 느끼는 광주는 별로 특별하지도, 보고 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광주시가 폴리사업을 해 왔지만, 그 가치를 알아주고 지역명소가 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다. 대한민국 트립어드바이저의 광주지역 랜드마크 베스트 10에는 5․18 민주묘지, 아시아문화전당, 5․18기념공원, 송정시장 등이 올라있을 정도로 광주의 랜드마크는 빈약한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벗어나고자 광주시는 광주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관문형 폴리사업을 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과연 무등산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폴리 형태인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솔직한 심정이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에 오노라면 장성 쪽 터널을 지나 한눈에 들어오는 무등산과 그 산자락 중간에 조선대학교와 광주시가지 일원을 보며 톨게이트에 다다르는데, 거기에 또 무등산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인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광주톨게이트의 미관을 개선하고, 매력적인 관문형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꼭 톨게이트 위에 부담스럽게 자리잡은 조형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한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 파리의 에펠탑, 북경의 천안문 같은 크고 거창한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산중턱의 HOLLYWOOD 입간판 하나가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하나가 랜드마크가 되는 것도 그래서다.

광주시가 지난 10년 가까이 폴리사업을 해 오고 있지만,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광주의 랜드마크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 작품의 정체성 자체가 모호한 탓이 크다.
영국 리버풀의 램바나나 같은 정체성과 다양성을 공존하는 전략이 있다면, 더 각광받을 수 있다. 그런데 광주시는 작품 수만 늘려왔기에 광주시민들이나 외지인들에게는 이것이 여기에 왜 있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번 관문형 폴리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다. 광주시의 담당국장이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관문형 폴리로‘광주다움’을 찾는다고 했다.
정말로 제대로, 잘 만들어지고 운용된다면 광주의 랜드마크가 되고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흉물이 되고 애물단지로 둔갑한다면 표퓰리즘 행정으로 끝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혈세는 광주관문에서부터 충장로 도심곳곳에 버려지고 있음을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 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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