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36) 창의시(倡義詩)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36) 창의시(倡義詩)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8.2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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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좀먹는 난적! 누구나 쳐야하니

국가가 등불 앞의 촛불처럼 명운이 걸렸을 때 분연하게 일어서서 의기를 불살랐던 의인을 많이 만난다. 일본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대륙침략의 길목에 버티면서 서있는 우리를 침략했다. 그 횟수를 차마 헤아릴 수 없다. 그 때마다 분연히 나선 선현들이 있었다. 역사의 앞뒤를 가릴 것도 없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질 것도 없었다. 70이 넘은 고령임에도, 국가에서 시키는 일이 아님에도 모든 인민이 일어서서 봉기할 것을 창의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倡義詩(창의시) / 면암 최익현

농촌 노인 분발은 초야 충심 바랬었고

국가를 좀먹는 적 백성들이 쳐야 하니

청년과 늙은이 가려 따져본들 무엇하리.

皓首奮畎畝    草野願忠心

호수분견무    초야원충심

亂賊人皆討    何須問古今

난적인개토    하수문고금


나라를 좀먹는 난적! 누구나 쳐야하니(倡義詩)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1833~1906)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백발이 성성한 이 때를맞아 밭이랑에서 분발하는 것은 / 초야의 충심을 바랐음이라 여겼으면 좋겠네 // 나라를 친 난적은 백성 누구나 쳐야 할 것이니 / 철없이 고금을 물어서 무엇하리요]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을 독려하는 시]로 번역된다.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당하고 살았다. 대륙의 교두보라는 지리적인 환경, 힘이 미약했었다는 국력의 한계 때문이다. 그 때마다 일어섰던 선현들이 있었다. 한일합방 되기 전 일본침탈에서도 농민들의 봉기가 곳곳에서 일어나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지사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시적 배경 속에 태어난 작품이다.√ 시인은 늙은이들이여! 논밭에 나가 일하는 것 그만 멈추고 분연히 분발하여 초야의 충심을 보여야 할 때라고 외친다. 난적은 국민 누구나가 의연히 쳐야 하는 것이니 지금 과거의 선례를 물어 무엇 할 것이냐고 되묻는다. 백발이 성성한 이 때를맞아 밭이랑에서 분발하는 것은, 초야의 충심을 바랐음이라 여겼으면 좋겠다는 분개의 시심을 발휘했다.√ 화자는 현재의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져서 무엇 하겠는가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우국을 만난다. 나라를 찬 난적은 백성 누구나 쳐야 할 것이니, 철없이 고금을 물어서 무엇하겠는가를 묻는다. 1905년(광무 9년) 11월 을사늑약을 막고자 하는 선현의 몸부림을 엿보게 되는 시문이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백발 성성 분발하고 초야 충심 바랬었네, 난적일랑 쳐야하니 고금을 물어 무엇하리’ 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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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1권 5부 外 참조]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1833~1906)으로 조선 말기의 애국지사이다. 수봉관·지방관·언관으로 재직시 불의와 부정을 척결해 강직성을 발휘하였다. 1868년에 경복궁 재건을 위한 대원군의 비정을 비판, 시정을 건의한 상소는 막혔던 언로를 연 계기가 되었다.

【한자와 어구】
皓首: 백발. 늙은 몸. 奮: 분발하다. 畎畝: 밭이랑. 농촌에 살면서. 草野: 초야. 곧 농촌. 願: 원하다. 忠心: 충성스런 마음. // 亂賊: 난적. 나라를 어지럽히는 무리. 皆討: 다 토별하다.  何須: 무엇하겠는가. 問古今: 옛날과 지금의 사례를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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