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핀란드 역사를 배우다(3) 내전과 극복, 그리고 행복
여행에서 핀란드 역사를 배우다(3) 내전과 극복, 그리고 행복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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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핀란드의 민족음악가 시벨리우스(1865~1957) 사망 10주년을 맞아 1967년에 조성된 공원이다. 공원에는 시벨리우스 초상 오브제와 스테인리스 파이프 기념비가 있다.

시벨리우스 공원 전경

시벨리우스는 1899년에 핀란디아를 작곡했다. ‘핀란드여 일어나라’는 단순 명쾌한 외침은 1917년 12월 핀란드의 독립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독립이후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시련을 여러 번 경험했다. 핀란드는 독립하자마자 1918년 1월부터 5월까지 좌파와 우파가 내전을 벌였다.

1918년 1월 27일 러시아식 사회주의 국가를 열망하는 근로자와 소작 농민들로 구성된 적색당은 러시아 레닌의 지원에 힘입어 헬싱키와 남부지역을 장악했다. 서북부 해안도시 바사로 피난한 정부와 의회는 기업가, 관료, 지주들로 구성된 백색당을 조직하고, 적색당과 맞섰다. 만네르헤임 장군 지휘 아래 독일의 지원을 받은 백색군은 5월 15일에 적색군의 항복을 받았다. 이 내전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그 상처는 남부지역과 서북부 지역 간 불신으로 이어졌다.

시벨리우스 초상

1939년 8월 23일 독일과 소련 외상이 ‘독소불가침 조약’을 체결했다. 8일 후인 9월 1일에 독일은 폴란드 서부를 침공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소련은 9월 18일에 폴란드 동부를 침공했고, 11월 30일에 핀란드를 침공하였다. 이는 ‘독소 비밀의정서’에 따른 것이었다.1)

전쟁 초기에 핀란드군은 소련군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등 소련군의 공세를 저지하였다. 그러나 핀란드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여 남동부 비푸리 지방을 소련에 할양하는 등의 조건으로 1940년 3월 13일에 소련과 휴전하였다.

1941년 6월에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핀란드는 1941년 6월 25일에 제2차 대소전쟁을 감행했다. 핀란드는 일시적으로 동부의 카렐리아 지역을 회복하였지만, 1944년에 독일의 패전이 확실해지자 핀란드도 소련에 패전했다. 1944년 9월 4일에 핀란드는 패전의 대가로 전 국토의 12%에 해당하는 지역을 소련에 할양하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핀란드는 소련에 전쟁 배상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농림업 중심 경제 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개편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하여 핀란드는 1952년까지 2억2,650만 달러에 달하는 전쟁 배상을 현물로 조기 상환하였고, 1955년에 소련이 포르칼라 기지를 핀란드에 반환함으로써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났다.

한편, 핀란드는 경제의 근간으로 유지되었던 소련 및 동구권과의 구상무역 중심의 교역체제가 1991년 말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경제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지식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위기에 벗어났다. 그 결과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였고, 핀란드 경제의 3분의1을 차지하며 핀란드 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노키아는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위기에 빠져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한테 휴대폰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노키아의 몰락은 격변하는 IT시장의 높은 파고를 보여준 사건이었고, 핀란드 경제는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9650달러에서 2015년에는 4만2503달러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4만9664달러를 기록하여 ‘노키아 충격’에서 벗어나 핀란드 경제는 디시 활력을 되찾았다. 이런 배경에는 ‘앵그리버드’로 알려진 로비오 엔터데인먼트, 클래시오브클랜의 개발사 슈퍼셀,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등 스타트 업 기업이 있었다. 특히 3명의 핀란드 공대생이 개발한 ‘앵그리버드’ 게임은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로 대박을 쳤고, 이를 계기로 20대 청년들의 창업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리하여 핀란드는 유럽의 ‘스타트업 천국’이 되었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는 2018~2019년 2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이다. 국가 청렴도는 덴마크,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이런 핀란드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1)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서 북·동유럽을 독일과 소련이 분할하기로 하는 비밀의정서를 별도로 만들었는데, 소련은 폴란드 동부,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접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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