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공항 이전 추진은 양치기소년 이야기
광주군공항 이전 추진은 양치기소년 이야기
  •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 승인 2019.05.16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소년 이야기는 모두가 다 아는 얘기다.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서 사람들을 세 번이나 골탕을 먹인 그 소년은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서 늑대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히 우화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도 빈번히 나타난다.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도 양치기소년과 같이 이젠 지역 주민들마저 이전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믿지 못할 일이 되어가고 있다.

광주공항은 1964년에 송정권역에 11만 6564㎡ 부지로 들어섰다. 현재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다. 과거 광주공항과 군공항은 허허벌판이었지만 지금은 광산구 40만과 서구 30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각종 주택 및 상업 건물이 들어선 인구밀집지역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전투기들이 내는 소음피해에다가 개인의 재산권 침해, 주민의 생명권에 대한 위협 등의 문제를 안게 되었다.

이에 2004년부터 광주군공항 소음피해에 주민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2005년 10월 25일에 광산시민연대는 피해주민 1,965명에게 광주군공항 소음피해 배상 신청을 받아서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5차례에 걸쳐서 총 8,469명이 피해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2009년에 승소를 했고, 다시 국방부가 항소하는 등 지난한 시간을 보내다가 2018년 10월 23일에 광주고등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원고와 피고가 받아들이면서 원고 4,291명에게 약 138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세 군데 법무법인에서 피해보상신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5월 14일 수원, 평택, 광주(광산구), 대구(동구) 등 전국 12개 지자체가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군 소음 관련법을 조속히 제정해서 소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피해방지 대책 및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5월 9일에는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한 예비후보지 선정을 국방부에서 조속히 추진해줄 것을 결의하는 대회가 광주시민 2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현재 광주의 경우 국방부에서 예비후보지 선정을 미루고 있으며, 광주민항이 이전하는 무안국제공항의 무안군 주민들도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5년 이상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은 선거 때마다 이전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주민들과 이를 약속해오고 있지만, 이전을 위한 첫 단추인 국방부의 예비후보지 선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말한 국회의원은 벌써 4선 국회의원이다.

공약이행은 선거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양치기소년의 교훈을 선거 때마다 잊어버린 채 다시 당선을 시켜주고 있기에, 그 국회의원은 본인이 양치기소년이 되었음을 망각하고 있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17년 7월 26일에 제정되었고, 대통령시행령 또한 2018년 1월 16일에 공포되었지만, 현재 광주군공항 이전추진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광주군공항 이전사업의 총 사업비는 약 5조7000억 원이며, 이전지역 지원사업비로 4500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또한 기존 군공항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하여 주민들의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소음완충지역에는 태양광 발전단지 등 수익창출형 사업을 추진하고, 영농시설 확충 및 현대화, 유통시설 조성 등 이전지역의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고 문화생태공원 조성 등을 통한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국가가 각종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예비후보지를 선정하지 않으면 아무 필요없는 약속이 된다. 군공항 이전 부지선정은 이전예정지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을 한다. 국방부는 조속히 예비후보지를 선정하고 그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및 토론회를 통해서 설득하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주민을 설득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군공항 이전이 선거 때마다 공허한 공약으로만 날리는 공수표로 남길 것이 아니라, 주민의 기본권, 생명권, 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전 예비후보지 지역의 지자체장과 정치인을 설득하는 노력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비후보지 지역의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광주군공항 이전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추진사업 중의 하나다. 또한 광주의 주요한 정치적 현안이자 광주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양치기소년이 정치인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양치기소년을 정치인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