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아이들은 어떤 교육 내용을 기억할까?
먼 훗날 아이들은 어떤 교육 내용을 기억할까?
  • 김광호 여양고 인문사회부장
  • 승인 2019.04.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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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생활교육을 담아 내야한다
김광호 여양고 인문사회부장
김광호 여양고 인문사회부장

아이들도 이젠 행복해야 한다. 꼭 좋은 대학에 가서 월급 많이 받는 직업을 얻어 넓은 집에서 살고 고급 차를 타야만 행복하다고 주장한 K학자에게 묻고 싶다. 그런 세계관으로 살아왔던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진지하게 묻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획일화된 장소에서는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학교 또한 그러하다. 개성을 존중하지 않은 풍토에서는 ‘나는 누구일까,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를 수가 없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오직 행복이란 무늬 옷을 입을 수 있는 시스템만 가동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시스템을 학생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중추가 되고 어른이 중심이 되어 작동한다는 것이다.

먼 훗날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할까? 혹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해서 그들이 기억하고 고마워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우리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지성뿐만 아니라 덕성과 체성까지 익히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교는 체와 덕과 지를 겸한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지 지식 익힘만으로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누군가는 수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아무개는 꼴찌라는 열등감을 느끼는 교육의 내용이라면 그것은 교육의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현실을 직시해 보자. 지금도 교육현장에서는 그 누군가에게는 훈장을 달아주고 그 누군가에게는 절망표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안내할 수 있는지 K학자에게 다시 묻고 싶다.

이렇게 편협한 교육을 지속하다보니 교육 시스템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몸살 기운이 학생 개인에게 전염되어 감기라는 이름으로 재생했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은 긴요하지도 않은 처방전만을 아이들에게 써 주고 있다. 문제는 그 감기의 원인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제도와 시스템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는 행복한 장으로 거듭 날 수 없을까? 불현 듯 K학자에게 상식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모든 아이들은 하루 최소한 2시간 이상을 뛰어 놀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을 확장해야 한다. 아이들은 활발한 신체활동을 했을 때 정신적 안정감은 물론이요 스트레스 지수 또한 낮아진다. 설령 지식 익힘의 도달점은 낮을 지라도 체력 지수만큼은 높일 수 있는 환경이므로 학교의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처럼 출세한 사람만이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고급 운동을 하는 그런 사회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1인 1운동을 생활화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이런 생활체육은 사회의 장까지 연계되어 지속화되고 일상화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 주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나만의 말을 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매사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를 보라. 그들은 누구나 일상적인 말은 하지만 자기만의 언어는 잘 구사하지 못한다. 그런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다. 그들 또한 오직 사회와 어른들이 종용한 환경 속에서 그 말만을 반복하고 되풀이 하다 보니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렸다. 나만의 말과 행동을 할 수 없는 어른 사회를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더불어 책속의 등장인물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글쓰기의 과정을 반드시 겸하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일상화되면 삶의 전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며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활동을 많이 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매일이 어렵다면 일주일, 한달, 분기별, 학기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학생들이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꼭 빠트려서는 안 될 목록이 있다. 바로 낯선 곳으로 여행 다녀오기와 소외된 곳에서 봉사활동하기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온 몸으로 세상을 느끼고 해석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이런 힘은 어른이 되어야 생기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활동을 삶의 곳곳에서 생활화해야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콘크리트 학원에 가두어 놓고 원대한 꿈을 꾸라고 한다면 이치에 맞는 말일까? 그렇게 해야만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하는 그 명제는 진정 참이란 말인가?

이젠 획일화되고 몰 개성화된 교육 내용만을 아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행복은 나만의 노력으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너랑 나랑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것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설령 그런 활동들이 실패한다 할지라도 그 또한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교육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 훗날 아이들은 어떤 교육 내용을 기억할까? 과연 우린 아이들에게 체육, 독서, 글쓰기, 여행, 봉사 등 살아있는 내용을 교육과정에 담아 낼 수 있을까? 땡땡땡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이들의 목소리와 뒤섞여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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