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대학문화를 찾습니다
실종된 대학문화를 찾습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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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릴레이기고 - ⑥

어둑해질 무렵 대학로 주변을 가보았는가? '네온이 불타는 거리~ 황홀한 불빛아래...’라는 노랫말이 번뜩 생각날 정도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학생들의 손을 잡아끈다. 지식의 전당이라는 말은 사용하기 무색할 정도로 더 이상 그곳은 70~80년대 그곳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정희 대통령 유신정권 이후 대학생들은 타오르는 탄식의 불꽃을 대학로 선술집에서 삭혀야만 했고, 새벽닭이 울 때까지 토론과 탄식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혁명의 불꽃보다는 연애의 불꽃을, 새벽닭이 울 때까지 술로 지새곤 한다. 물론 시대적, 문화적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술에 취해 업혀 가는 여학생, 곳곳에 뿌려지는 음식물 확인 사살까지 가히 아수라장 되어 가는 우리 대학로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외국의 경우 대학로 주변에는 술집이나 PC방 대신 까페와 서점들이 즐비하다. 까페를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장 앞서 이러한 대학생들의 문화를 고쳐야 할 총학생회는 어떠한가? 건전한 대학문화 만들기에 각 대학별로 공약을 약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 수준으로 그치거나 시도했다가도 대중들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정책실행의 현실적인 부분을 부정 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그들의 공약이었던 만큼 그들은 이행했어야 했다. 음악회, 영화제 몇 번 상영하면 그걸로 대학문화 부재에 대한 해결은 아닐 것이다. 좀더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대학문화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학문과 문화가 없는 아수라장 대학로의 현실
전남대, 충남대에서 보이는 문화살리기 운동
대학주변을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최근 이러한 퇴행적인 대학문화를 비판하며 나선 이들이 있어 반가울 따름이다. 2년 전 생긴 인터넷 까페 모임 모난돌은 “개성세대라고들 하지만 모두 껍데기뿐인 개성이다. 모난돌이 굴러가면 부서져 떨어지는 돌들이 대학로를 만든다.”는 각오로 인터넷 까페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만 되면 댄스 경연대회, 퀴즈대회, 거리이불영화제, 아나바다 등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전남대 후문에서 진행한다. 단순히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유명인사들을 초청한 길거리 특강을 열기도 하며 사랑의 장기기증 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단발성이 아닌 먼 10년을 바라보며 진행한다는 모난돌은 ‘냄비근성’의 한국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충남대학교의 ‘꽃남방브라더스’는 두명의 학생이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대학문화의 붐을 일으켜 보겠다며 단과대학이나 학교 축제 때 사회를 보거나, 이벤트를 준비해 공연하기도 한다. 지방의 열악한 문화 공간에서 보면 반가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올바른 대학문화 찾고자 한다는 자체가 우습기도 하다. 새내기들은 ‘고등학교 때 선망의 눈길로 죽자살자 공부해 온 곳이 이 정도라니’라며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제 조용히 해서만은 안된다. 시끄럽게 정부, 학교를 정책적으로 학생들이 나서 압박해 가며 시끄러운 혁명을 시도해야 한다. ‘차 없는 대학로’는 상인들의 반대가 드세지만 공연장의 활성화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대학로는 미대생들의 실력을 알아보고 실습할 수 있는 예술의 거리로, 시끄러운 까페는 책을 빌리 수 있고, 토론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니면 능동적으로 각 대학의 차 없는 거리 만들기 서명운동이나 정부 당국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

연일 공연은 끊이질 않으며 소극장 연극도 맘껏 즐기는 곳. 이제는 누군가 나서서 고쳐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오늘밤도 연일 술과 싸우는, 프로토스와 저글링을 들여다 보며 싸우는 곳이 아닌 대학인만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보기 위해 싸우는 대학로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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