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 유쾌한 역할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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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2.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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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도 여야를 바꿔봐야 세상이 나아지듯, 입장 바꿔 치고받기를 반복하다보면 언론계 역시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 이기자 생각

"2년 전 서울에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미디어비평 관련기자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주최측은 전국 200여개 언론사에 초청장을 보냈다는데 참석기자는 2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지역언론사 기자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더군요."

미디어비평의 척박한 현실에 대해 호남매일의 박성태 기자가 했던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게 언론의 본업. 하지만 한국언론은 타 언론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우리만치 인내심 있게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동종업계간 '침묵의 카르텔'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침묵의 동반자 관계는 지역 언론의 경우 더욱 강하다. 때문에 지역 언론사들이 아무리 펜을 잘못 휘둘러도 그 권위와 상호침묵에 눌려 누구하나 말릴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제 살 곪는 줄 모르는 게 지역 언론의 현실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사업장에 상시 체불임금이 잔존하면서 "이 지역의 체불임금이 얼마"라고 소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할까.

이런 배경에서 <시민의 소리>는 지난 2월 창간과 함께 본격 미디어비평면을 고정 배치해왔다. 지면 이름은 '미디어를 쏴라'. 기자들의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내용에 차이가 없이 난립하는 이 지역 언론사, 자사 입맛에 따라 기사의 고의 누락과 왜곡이 비일비재한 지역 언론의 현실이 '쏴라'라는 공격적인 지면 이름을 낳게 했던 것이다.

현직 기자들의 '미디어비평'에 대한 비평으로
본격 미디어비평 '미디어를 쏴라' 업그레이드


<시민의 소리 >발행 100호를 맞는 동안 '미디어를 쏴라'는 지역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문제제기를 해왔다. 특히 지역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에 천착해왔다. 기사는 기자의 생산물이지만, 동시에 그 기자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조건에 강제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1인 사주에 의해 언론사가 독점되고, 이것이 곧 편집권 독립을 요원케하는 이 지역 언론계의 일반적인 모습 속에서 "불법 건축관련 기사를 썼는데 건축업자와 사주가 친분이 있어서 누락됐다"는 후일담은 이미 미디어비평감도 못되는 이야기다.

지역 언론계에서 미디어비평의 물꼬를 트는데는 대가도 따랐지만 <시민의 소리 >의 미디어 비평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시기다. 그래서 이번엔 비평의 주체를 뒤바꿔보았다.

그동안 <시민의 소리>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 언론사에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지역 신문사의 현직 취재기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이번엔 미디어를 쏴라를 쏴달라'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지난 미디어비평에 대한 진단과 함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이런 과정을 계기로 구체적 지면 속에서 지역 언론계의 미디어비평 영역이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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