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완화, 이대로 좋은가?
‘종교인 과세’ 완화, 이대로 좋은가?
  • 김범태 정치학박사, 한국투명성기구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 승인 2019.04.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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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정치학박사, 한국투명성기구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범태 정치학박사, 한국투명성기구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실로 오랜 논란 끝에 2018년 1월 도입된 목사, 스님, 신부 등에 대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지 불과 1년 만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여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면 목사, 스님, 신부 등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범위를 이 법 시행 이후인 2018년 1월 이후 재직분에 대한 퇴직금으로 제한하고, 이미 납입한 전체 범위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시행된 소득세법은 종교인이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여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였으나, ‘기타소득’은 소득에서 공제되는 필요경비 인정률이 30~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공제 범위가 넓다.

더구나 과세 표준에 포함되는 소득의 범위도 엄격히 제한되어 ‘신자 등이 제공하는 사례비’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 소득자에 비해 과도한 특혜를 누리고 있는데, 불과 1년 만에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납부 범위까지 대폭 축소시켜 주는 꼴이다.

이번 개정안이 오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되어 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인의 퇴직소득은 ‘2018년 1월 1일 이후의 근무기간’의 비율로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30년 재직한 뒤 2018년 12월 31일 퇴직한 종교인이라면 전체 퇴직금의 30분의 1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재위의 개정안이 헌법상의 평등권과 조세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가 여부다. 우리 헌법은 제3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동 제2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헌법은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거나 다른 일반 국민들에 비해서 적게 내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일반 납세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기재위의 입장대로 ‘종교인 과세’ 시점인 2018년 1월 이전에 쌓은 퇴직금에 대해서는 과세 불이익을 면해주는 것으로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인 바, 이는 2017년 12월 퇴직한 종교인은 퇴직금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는데 2018년 1월 퇴직자는 그간 누적된 퇴직금 전부에 대해 소득세를 내게 되면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문제는 어렵사리 시행된 ‘종교인 과세’가 불과 1년여 만에 후퇴하는 것을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종교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치논리에 의한 개정안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구나 ‘종교인의 과세’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공정성의 문제라고 할 것인 바, 누구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법과 제도가 차별 없이 적용되는 사회가 정의실현을 위한 공정한 사회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자기 책임의 자세를 가지고 납세의무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인의 소득과 일반 납세자의 소득 간 과세체계 차이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근본적인 입법 정책적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일반 납세자의 경우 퇴직금 전체에 대해 소득세가 원천 징수된다는 점에서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에게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고,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회 기재위의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는 오로지 종교단체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다름 아니며, 헌법상 평등권과 조세평등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 할 것인 바,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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