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폴리 ‘관문형’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광주폴리 ‘관문형’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9.01.3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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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세울 광주폴리Ⅳ를 단 하나의 작품으로 장성군 남면에 있는 호남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에 이른바 ‘관문형 폴리’로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제3기 광주폴리시민협의회 8차 회의에서 광주폴리Ⅳ의 설치 장소에 대해 외지인이 광주에 들어오는 광주톨게이트가 상징성과 효과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이 협의회의 결정이 상당한 논란 끝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내부에서도 장소성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는 이야기이다.

광주의 주요 진입로에 상징물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여러 경로에서 제기된 바 있다. 몇몇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도 있었고 필자 또한 여러 차례 관계자에게 말하거나 비슷한 글도 쓴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입로에 만들자는 상징물은 광주를 알리는 랜드마크로서 필요하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 등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로 상징적인 구조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구조물은 폴리의 형식을 인용하여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나 비엔날레가 말하는 관문형 폴리는 폴리의 기본 개념부터 어긋나는 것이다. 광주톨게이트는 가시성, 장소성, 접근성, 기능성 등에서 얼마나 기대에 부합할지 우려가 앞선다. 쉽게 말해 셀카사진도 찍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 이후 내뱉은 일성이 “송정역 등 광주로 들어오는 길을 보면 이곳이 울산이지 창원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광주의 역사문화자원를 콘텐츠로 만들고 문화도시 광주의 모습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광주폴리Ⅳ는 이 시장의 ‘입’이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게 한 것만은 분명하다. 시민협의회에 참석한 한 위원도 이 문제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30개나 설치했는데 몇 개 더 만들기보다 ‘폴리 위의 폴리’로서 임펙트있고 제대로 된 하나라도 만들자는 동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문형 폴리는 송정역, 버스터미널, 광주톨게이트 등이 장소로 거론되었다. 도시의 안과 밖을 시선적으로 교차할 수 있는 톨게이트가 적합하다는 협의회의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폴리시민협의회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들의 협의에는 이미 이 시장의 ‘입’이 내재적인 인식 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이 시장이 여러 공식석상에 말한 바 있는 민선7기의 문화정책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여 광주톨게이트에 광주의 상징물을 만들고 싶다면 ‘폴리’라는 이름을 빌리지 말았으면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이번 관문형 폴리는 폴리 예산을 끄집어다가 억지로 꿰맞춘 것이라는 인식이 든다.

광주폴리의 출발은 민선5기 강운태 시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승효상 감독이 제안하는 형식으로 구도심 재생과 광주읍성의 역사성 재현이라는 차원에서 매년 10개씩 10년 동안 100개의 폴리를 광주 전역에 설치한다는 구상이었다.

1차 폴리는 디자인비엔날레라는 일정에 맞춰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됐고, 2차 폴리는 인권과 공공공간이라는 주제였지만 시민의 접근성과 이용행태에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래서 3차 폴리는 장소선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1,2,3차 폴리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나 모든 내용을 이번 4차 폴리가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이를 ‘광주형 폴리’로 해석해달라고 말한다. 여기저기 ‘광주형’이 남발하는 것도 볼썽 사납다.

광주비엔날레에서 발간한 <광주폴리Ⅱ>에서 이용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기능주의적 건축물보다는 관람용 건축물, 역사성을 갖는 건축물이며 공공공간에 대한 배려를 창출하는 건축물이 폴리라고 했다.

갈수록 확장되어 가는 개념의 시대 속에서 폴리도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개념을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거대한 관문형 상징물도 폴리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시된 <광주폴리 마스터플랜 수정보완 결과보고서>를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광주의 도시구조와 광주폴리의 개념’을 광주폴리Ⅳ와는 거리가 먼 느낌으로 규정하고 있다.

“광주폴리는 광주도시의 새로운 잠재성을 발견하는 중요한 도시적 장치로서 시민들로 하여금 도시공간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구조물이자 체험공간으로 도시재생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광주정신의 도시공간적 산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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