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호남대 서영대 교가도 친일인사 작곡
전남대 호남대 서영대 교가도 친일인사 작곡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9.01.30 0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전남 친일인사 156명 행적 추적 조사
단죄비 설치, 교육자료 유산, 다크투어리즘 활용 등 제안
지난 1월 9일 열렸던 광주시 친일잔재조사 최종보고회
지난 1월 9일 열렸던 광주시 친일잔재조사 최종보고회

3.1운동을 100주년을 맞이하여 광주지역의 친일잔재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단죄비 설치나 다크투어리즘 활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친일 흔적에 대해 정보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접하고 친일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부르는 등 해방 이후 친일잔재를 방치했었다.

대표적으로 광주공원 비석군에 있는 윤웅열과 이근호 관찰사 등의 송덕비가 지난 2015년 친일인사라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광주시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에 광주지역 친일잔재의 전수조사와 식민잔재의 활용방안을 용역 의뢰한 결과 사법·경찰·교육 등 각 분야 친일인사 156명과 관련된 친일 잔재물이 광주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팀은 비석과 누정현판은 물론 일선 학교 교가에까지 친일 흔적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이들 친일 흔적에 대해서는 단죄비 설치와 교육자료 활용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석, 비각, 누정현판, 각급 학교 교가 친일잔재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 등 친일인사 선정비가 있는 광주공원 비석군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 등 친일인사 선정비가 있는 광주공원 비석군

이번 용역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광주·전남 출신 친일인사 156명(광주 13, 전남 143)의 행적과 잔재물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향후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7월 27일부터 150일간 진행됐다.

용역 결과 1876년 개항 이후 1945년 8월 해방 직후 사이에 만들어진 비석, 비각, 누정현판, 각급 학교 교가를 비롯해 군사 통치 산업시설 등에 친일 시설물이 광주 도심 곳곳에 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일 인물은 크게 경찰·사법·관료·교육·음악 분야로 구분하여 전남도 경찰부 경찰청장, 광주고법원장, 광주고검장, 전남도 관찰사, 도지사, 전남대 총장, 광주일고 교장, 유명 사찰 주지, 영화감독 등 상당수가 포함됐다.

친일 잔재물로는 광주공원 사적비군에 있는 관찰사 윤웅렬과 이근호 선정비, 군수 홍난유 구폐선정비와 원효사 부도전의 송화식 부도비 등이 확인됐다.

또 송정공원 내 나무아미타불탑은 원래는 황국신민서사 탑이었으며 그 옆의 대한불교조계종 금선사는 일제 때의 송정신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는 물론 그 이후에 설치된 충의비 등 기념비들 가운데 일본식 충혼탑을 모방한 사례가 20여 곳에 달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일제강점기 때의 군 관련시설로는 사월산 지하동굴 3곳이 탄약고로 활용되었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주변 지하동굴 3곳은 연료고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양림동 지하동굴 4곳과 남광주시장 지하동굴 1곳은 방공호로 추정되고 있다.

또 광주 출신은 아니지만 경남 함양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때 징병운동에 나섰던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인 김용주 전방(주) 대표의 동상이 전방광주공장에 있다.

남구 사동 양파정 누정현판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정봉현의 상량문과 여규형, 남기윤, 정윤수 등의 시문 등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서구 세하동 습향각 현판에도 신철균과 남계룡이 쓴 시문이 일제 잔재물로 분류됐다.

시교육청, 2월까지 학교 상징물과 무형 제도 조사

1월 29일 열린 광주시교육청의 친일잔재조사 제1차 회의
1월 29일 열린 광주시교육청의 친일잔재조사 제1차 회의

이 같은 조사결과가 밝혀지자 광주시교육청이 별도로 교육 현장의 친일 잔재 조사와 청산을 위한 기초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친일 잔재 조사와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첫 회의를 하고 앞으로 활동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T/F는 학계, 시민단체, 역사교사 모임 대표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첫 회의에서는 교육청 및 학교 차원의 계획 수립을 위한 T/F팀의 역할, 교육공동체 공감대 형성 방안, 친일잔재 기초자료 조사 및 청산 절차 등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교가, 교기와 교목, 기념비, 기념식수 표지석은 물론, 교과서 속의 친일 작품, 친일 교육 및 행정 용어, 반장, 조회, 주번 제도 등 무형의 학교 내 친일 문화까지도 조사할 필요성을 있다고 했다.

학교 교육현장에 널리 퍼져 있는 방대한 양의 유·무형 친일요소 조사에 대한 학교의 업무부담, 친일 요소의 가치 판단 문제 등의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자료 수집·분석·정리, 보존·활용 방안 등을 전문 연구소에 용역이 필요하다는 것도 논의됐다.

시교육청은 기초조사와 자료 수집 작업을 거친 뒤 분석·정리, 설명회나 공청회를 통한 활용 방안 마련 등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2월까지 교가와 교표, 교기와 교목 등 학교 상징물은 물론 기념비, 시설 등에 대한 1차 기초조사를 마친 뒤 3월부터 8월까지 구체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각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친일 잔재 관련 자료를 게시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설립자와 관련됐을 수 있는 친일 자료를 확보하거나 청산 작업에 필요한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도 예상된다.

참석한 시민단체의 한 위원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연계해 광주학생독립운동과 식민 잔재 청산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유도하고 민주·인권·평화 도시로서의 광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교육 공동체의 관심과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겠지만 학교 공동체의 합의로 이뤄져야 하는 작업인 만큼 시한을 못 박지 않고 지속해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 음악가 작곡 교가 교체 작업키로

중앙공원에 있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하군사시설
중앙공원에 있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하군사시설

일제강점기 전후에 만들어진 각급 학교 교가 가운데 친일인사가 작곡한 교가도 밝혀졌다. 대표적으로 전남대와 호남대, 서영대 지역 대학의 교가가 친일인사 작곡으로 밝혀졌다.

전대사대부고, 숭일중·고, 서강중·고, 금호중앙중과 금호중앙여고, 대동고, 동신중·고, 광덕중·고, 광주일고 교가가 현제명 김동진 김성태 이흥렬 등 친일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교가를 부르게 할 수는 없다며 교가(校歌)를 바꾸겠다는 학교가 속속 등장하면서 광주교육계에 교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광주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호남지역 독립 만세운동에 불을 지핀 광주지역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교가 교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가를 바꾸자는 운동은 친일 작곡가가 작곡한 교가를 불렀던 광주지역 10여개 학교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광덕중·고 학교법인 측은 친일 음악가가 교가를 작곡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자체 T/F팀을 꾸려 교체작업에 나섰다. 또 조만간 열릴 졸업식에서는 교가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광덕중·고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사학법인이다.

금호중앙여고도 최근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가 교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재단 소속의 금호중앙중도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며 동창회와 광복회 등에 교가 교체 작업에 대한 진행상황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학교들은 모두 친일 음악인으로 분류된 김동진 작곡가가 곡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일제 강점기 전후에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해온 일부 학교에서도 더 늦기 전에 교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학교는 교가 교체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과 함께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 '미투(MeToo)' 운동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사회적으로 부정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인물은 철저히 배제하는 등 작곡, 작사가 선정에도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올 상반기 중 친일잔재 활용방안 마련

광주공원 비석군에 있는 친일인사 관찰사 윤웅렬 선정비
광주공원 비석군에 있는 친일인사 관찰사 윤웅렬 선정비

광주교대 친일잔재 용역팀은 이와 관련해 ▲당시 행적을 기록하고 친일 잔재물임을 알리는 단죄비 설치 ▲불명예스러운 역사가 담긴 현장이나 흔적을 보존해 후대에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네거티브 유산 ▲네거티브 유산을 견학하며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획한 다크투어리즘 추진 등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활용 방안으로 임동 방직공장은 광주근대산업박물관, 송정공원 금선사는 신사참배거부 역사교육시설, 양림동 방공호는 일제 강제노역과 전쟁공포 역사체험시설 등이 제안됐다.

또 사월산벙커-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학생회관 뒤편 벙커-양림동 일대 개화기 공간-양림동 벙커-임동방직공장 등에 이르는 광주근대역사투어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주 친일잔재 T/F팀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친일잔재 청산 및 활용방안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