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기행(4) 메이지 신궁에서⓷
도쿄기행(4) 메이지 신궁에서⓷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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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1868년에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일본은 1871년 11월에 미국과 유럽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우대신 이와쿠라 도모미(47세)를 특명전권대사로, 기도 다카요시(39세), 오쿠보 도시미치(42세), 이토 히로부미(31세), 야마구치 나오요시(33세) 등을 부사로 하는 사절단은 1873년 9월까지 23개월간 미국과 유럽 12개국을 방문했다. 순방 목적은 불평등 조약의 개정을 위한 예비 교섭과 선진국의 문물과 제도를 견문(見聞)하는 것이었다.1)

1871년 11월 12일에 이와쿠라 사절단은 요코하마에서 미국 태평양회사의 증기선 ‘아메리카 호’를 타고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일행은 사절단 46명, 수행원 18명 외에 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 59명(남자 54명, 여자 5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자 중에는 8세인 쓰다 우메꼬도 있었다. 쓰다는 나중에 쓰다주쿠(津田塾)을 설립하여 일본 여성의 고등교육에 헌신한 인물이다.2)

사절단은 출발한지 24일째 되는 12월 6일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미국을 처음 접한 사절단은 문명쇼크에 빠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절단은 매일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12월 14일 환영회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연설을 했다.

“일본 정부와 국민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서양문명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한 개의 탄환도 쏘지 않고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폐번치현 개혁을 달성했다. 이러한 일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다. 일본이야말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나라다.”3)

그의 당당한 연설에 청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편, 대륙횡단열차에 몸을 실은 사절단은 1872년 1월 18일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사절단은 1월 25일에 백악관에서 그랜트 대통령을 예방하였고 2월 3일부터 국무성에서 조약개정을 위한 예비교섭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외교교섭에 들어가자 미국의 대응은 엄중했고, 사절단은 냉혹한 현실의 벽을 실감해야 했으며, 조약 개정 협상을 포기했다.

미국에서 7개월을 보낸 사절단은 1872년 7월 3일 보스톤에서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했다. 런던에 도착한 것은 7월 14일이었다. 이후 사절단은 맨체스터, 리버풀 등 공업도시를 시찰하면서 산업혁명의 본산지 영국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1월 16일에 사절단은 프랑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정치는 불안하기만 했다. 사절단의 눈에 비친 저항하는 시민들은 폭도일 뿐이었다. 1873년 2월 17일에 사절단은 파리를 출발해 벨기에와 네델란드를 거쳐 3월 9일에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3월 11일에 사절단은 독일황제 빌헬름 1세를 예방했다. 3월 15일에는 1870년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에서 승리하여 1871년 1월에 독일을 통일시킨 철혈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가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행해진 비스마르크의 연설은 유신 3걸인 기도 다카요시와 오쿠보 도시미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4)

비스마르크는 서양이 약육강식의 국제정치 아래 놓여 있다고 전제하면서 “소국은 만국공법(국제법)을 지키려 하나, 대국은 스스로의 이익이 되면 그것을 고집하지만 일단 불리하게 되면 군대를 바탕으로 그것을 짓밟는다”고 강조했다.5)

사절단은 비스마르크의 연설에서 서구 열강의 추악한 실상, 제국주의의 단면을 뼈저리게 느꼈다. 약육강식의 국제정치. 지금은 어떤가?

사절단은 독일에 이어 러시아,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순방했다.

그런데 7월 9일 일본으로부터 급히 귀국하라는 전보가 왔다. 정한론(征韓論 조선침략)으로 국내사정이 급박해졌기 때문이었다. 사절단은 포르투갈, 스페인 순방을 취소하고 서둘러 9월 13일에 귀국했다.

귀국 한 사절단의 당면 사항은 정한론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일이었다.

줄지어 선 메이지 신궁 참배객들
줄지어 선 메이지 신궁 참배객들

1) 이와쿠라 사절단은 1878년에 『특명전권대사 미구회람실기』 보고서를 간행했다.

2) 김희영 지음, 이야기 일본사, 청아출판사, 2006, p522

3) 구태훈 지음, 일본 제국, 일어서다, 재팬리서치 21, 2010, p127

4) 유신 3걸은 기도와 오쿠보, 사이고 다카모리이다.

5) 구태훈, 위 책,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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