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빙상계의 썩은 살을 도려내라
정부는 빙상계의 썩은 살을 도려내라
  • 박용구 편집국장
  • 승인 2019.01.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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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구 편집국장
박용구 편집국장

어제 늦은 저녁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가 보낸 ‘성명서’였다. 새해 들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 폭로가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기에 어떤 내용인가 들여다보게 됐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빙상인들이 뭉친 단체라고 밝힌 ‘젊은 빙상인 연대’가 보내온 성명서에는 “심석희 성폭행은 빙산의 일각이고, 성폭력 피해 선수가 더 있다”는 주장과 함께 “빙상계를 계속 ‘동토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빙상 적폐들과 그 후원군들의 준동을 막아 달라”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좀 더 이들의 주장을 따라가 봤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 세력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심석희 선수처럼 빙상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당해 고통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이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진정한 빙상 개혁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준다면, 우린 이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추가 피해 선수들에 대한 증언이 보호받으려면 빙상 적폐 세력을 적극 보호하고, 이들의 방패막이 돼주는 일부 정치 인사들에 대한 실체가 공개돼야 한다”면서 “빙상계 사유화 세력들에 대해 개혁을 부르짖고, 변화를 촉구하는 선량한 이들을 향해 도리어 ‘저들이야말로 적폐’라는 가당치 않은 공격과 각종 협박을 일삼아 온 방패막이 세력의 실체를 우린 심석희 선수처럼 용기를 내 공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빙상계가 이 지경인데도 ‘진짜 배후’는 아무도 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스포츠를 사유화하려는 용납할 수 없는 일부 정치인들의 시도와 빙상계를 계속 ‘동토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빙상 적폐들과 그 후원군들의 준동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이들은 “용기 있는 발언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우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왔던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꽃’ 빙상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이제 말이 아닌 행동, 구호가 아닌 참여만이 죽어가는 빙상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해보면 심석희 선수처럼 빙상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당해 고통 받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있는데다가 빙상 실세와 비호세력들의 적폐로 인해 개혁이 가로막혀 있으니 정부와 시민들이 나서서 이들의 준동을 막아 달라는 젊은 빙상인들의 호소다. 거대한 바위 앞에 던져지는 계란과도 같은 절절함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온다.

이제는 정부와 시민들이 나서서 이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할 때다.

동계 스포츠의 꽃인 빙상경기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 우리는 환호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 뒤에 드리운 추악한 이면을 보지 못했다. 아니 외면했다. 선수들의 목숨줄을 움켜쥐고 갖은 물리적 폭행도 모자라 성폭력까지 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젠 정말로 제2, 제3의 심석희가 나오지 않도록 빙상선수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할 때다. 정부도 이번엔 빙상계의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나아가 체육계에 만연했다고 전해지는 폭력과 성추행과 관련 전수조사를 해서 철저하게 진상을 파헤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아울러 폭행과 성폭행에 연루된 사람들은 영원히 체육계에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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