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정치인에게 묻는다
역사가 정치인에게 묻는다
  • 김광호 여양고 인문사회부장
  • 승인 2018.08.2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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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인을 위해 슬픈 기도를 올리고 싶다

사람은 생명의 샘, 심장을 지니고 있다. 이 심장이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사람가슴과 새가슴(좁은 가슴)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가슴 쯤 되려면 이기(利己)를 넘어 이타(利他)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에 비유하자면 백성을 위한 정치는 물론이요 민본주의를 자나 깨나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새가슴 쯤 되려면 이타는 안중에도 없고 이기의 글자만 온몸에 아로새기는 마음뿐이어야 한다. 정치인에 비유하자면 기득권을 위한 정치는 기본이요, 권위주의를 자나 깨나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엔 따뜻한 사람가슴을 지닌 사람보다 새가슴을 지닌 사람이 많다. 특히 경제, 교육, 사회, 문화계는 물론이요 정치계를 이끄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요즘 언론과 국민의 입에 적폐(積弊)라는 단어가 오르내린다. 이 본질을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 또한 확연하게 다르다.

잠시 정치를 반영한 역사 조명을 통해 사람가슴과 새가슴을 탐색해 보자.

왕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이지 군림하기 위한 권력이 아니다.

우선 조선의 정치사를 살펴보자. 조선왕조 500년 역사 중 사람가슴을 지닌 임금은 몇 명이나 될까? 진정 백성을 생각하며 민본주의 정책을 펼친 왕이 몇 명이나 될까? 세종(1418~1450)과 정조 대왕(1776~1800) 정도라고 생각한다. 성종과 영조까지 인정하기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의 500년 통치과정 중 그 두 대왕의 백성에 대한 봉사 기간을 합치면 56년 정도 된다. 조선 왕조는 그 기간만 사람가슴을 지닌 채 민생정치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444년은 기득권과 위정자를 위한 정치를 했다는 것이다.

암흑의 일제 강점기는 잠시 접어 두자. 현대사는 어떠했나? 해방 후 많은 독립운동가 중 이승만이 미국을 등에 업고 정권을 차지한다. 문제는 부정과 부패라는 피멍든 정치를 했기에 4.19혁명에 의해 잘못된 정치임이 입증된다.

잠시 준비되지 않은 윤보선 정권은 얼마 못가서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정권을 넘겨준다. 현대사에서 가장 공과(功過)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박정희 정권은 어떠한가? 경제 부흥이라는 공적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이 또한 18년의 인권말살 정치 때문에 자신의 부하에게 무너진 정권이다.

그 후 허수아비 최규하의 과도 정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곧이어 우리역사에서 절대로 들어서서는 안 될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이 탄생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총과 칼을 구입하여 군인에게 지급해서 그 세금 낸 시민을 학살한 하늘도 놀란 정권이다. 아직도 새가슴이 옳다고 주장한 그들은 준엄한 법정에서 반역의 수괴라는 불명예를 가슴에 붉게 새겼다.

김영삼 정부는 어떠한가? 진보와 보수의 물줄기를 인위적으로 보수 쪽으로 되돌려 놓지 않았는가? 민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절대보수 진영에 권력의 물꼬를 터준 새가슴 정부였다.

그 이후 세종과 정조 대왕 때 보여주었던 그 가슴, 사람가슴을 보여준 그 정권이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다. 민본과 민생, 그리고 복지를 희미하게나마 그렸던 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등이라는 청사진을 펼치기에는 힘이 너무 왜소했다.

한편, 한층 강화된 새가슴 정권이 등장한다.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그들의 정치는 무능과 반민생의 극치를 보여 준다. 그들이 지금 머물고 있는 장소가 반증하고 있다. 그들은 각종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해 국민을 속였다. 더 나아가 민주와 정의에 역행하는 정치를 하여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다.

이차 저차 생각해보니 사람가슴을 지닌 정권(세종, 정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이 66년 간 우리의 가련한 운명을 책임졌고, 새가슴을 지닌 정권이 무려 544년간 우리의 가혹한 운명을 운전하였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는 새가슴을 지닌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들은 순간순간 사람 가슴이 사회에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도록 젖 먹던 힘까지 다 쓰고 있다 .

역사의 강은 도도하게 흐른다. 역사의 강은 진리와 정의 그리고 사람을 향해 끝없이 유영(遊泳)한다. 이젠 새가슴을 지닌 그 사람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면 어떨까. 지금까지 여타의 이유로 새가슴이 대한민국을 이끌었다면 이젠 사람가슴이 한민족의 운명을 책임질 때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핏줄과 또 다른 핏줄을 위하여 사람가슴과 새가슴이 화해하고 이해하며 하나 될 시점이 되었다. 새가슴은 새하얀 종이 위에 반성과 사람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써야한다. 사람가슴은 새하얀 종이 위에 통합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서툴게 써야한다.

정치인아! 역사는 임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아직도 푸른 날이 멀었으니 정치인(知性人)아! 나는 임을 위해 슬픈 기도를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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