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청포도의 계절
7월은 청포도의 계절
  • 범기철 호남의병연구소장
  • 승인 2018.07.20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기철 호남의병연구소장

지금, 대지위에 폭염이 지속되고 있고, 산과 들에는 푸르름이 폭발하고 있다. 범나비도 분주한 계절에 하루가 다르게 청포도가 주렁주렁 알알이 박혀 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청포도’ 하면 이육사의 생애가 문득 떠오른다. 이육사(1905~1944)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서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원록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육사라는 이름은 비밀공작원이였던 그가 조서는 있으나 일체의 자백을 하지 않아 얻게 된 형무소 수인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퇴계 이황의 14대 손으로 외동 딸(이옥비, 안동거주)을 두었다.

이원록은 1927년에 일어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된 후, 무려 17번이나 투옥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았으며 40여 편의 시를 남겼다. 그는 폭탄제조, 수류탄 투척, 사격술, 변장술, 무기운반 등에 능했으며, 암흑의 시대를 우국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역동의 시인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일생은 불꽃,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민족의 의인이었다.

그는 1943년 독립운동 중 일제에 발각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되었고, 그곳에서 고문에 의해 순국했다. 이 육사의 유품수습을 위해 사촌 여동생 이병희(독립투사) 여사가 형무소 관문을 여니까 어떻게 혹독한 고문을 받았던지 이육사의 코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고 한다.

이육사는 사후 1년 뒤에 올 해방된 조국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둔 비운의 애국지사였다. 정부는 그의 독립운동의 공훈을 인정,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그의 시 ‘광야’는 그가 살았던 고향 안동의 쌍봉 위에 올라서 들녘을 바라보면서 지은 시라고 한다. 그의 시는 서정성이 풍부하며 어두운 시대의 민족의 비극과 저항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으며 유고시집으로 ‘육사시집’이 있다.

현재 안동에는 이육사 문학관과 추모사업회가 있다. 그는 조국광복의 염원을 담은 ‘청포도’를 주제로 씨를 썼다. 그가 고문을 당한 후 벽에 써 놓았다는 시 ‘청포도’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청포도’라는 상징적 소재를 사용한 것이다. 그의 서정적이며 격조 높은 시심으로 표현한 시를 읽노라면 시인으로서의 시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처절한 마음과 그의 꿈과 소망을 읽을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시인의 정서가 ‘청포도와 하늘’이라는 푸른 색감의 시각적 표현을 통하여 선명하게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7월도 벌써 중순을 지나고 있다. 7월은 푸른 젊음의 열정이 용광로처럼 넘치는 계절이다. 시골 길을 지나다보니 과수원에 주렁주렁 매달린 ‘청포도’ 포도송이가 탐스럽다.

‘청포도’는 사상의학으로 보면 태양인의 과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암흑시대를 살면서도 저항의식을 불태웠던 이육사의 기개와도 상생하는 과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음으로 시대를 뛰어넘고자했던 이육사의 의로운 의지가 오버랩되는 과일이기도하다.

무더위를 견디어가면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는 이육사의 포효처럼 파란만장한 역사의 아픔을 안고 또 하나의1000년 위에선 ‘광야’, 광주에 온 초인은 누구인가! 시 ‘광야’는 작자의 말년 작품으로 유고로 전하여지다가, 1945년 자유신문에 동생 이원조에 의하여 ‘꽃’과 함께 발표되었다. 그 뒤 시집에 계속 실려 이육사의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육사시비(陸史詩碑: 안동댐 입구에 세워져 있음)에도 새겨져 있다. 여기에 그의 시, ‘청포도’를 소개한다.

 

청 포 도

 

이 육 사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