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문화예술 가능할까
전통시장+문화예술 가능할까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07.02 0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시장에 예술을 접목해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선출직이건 아니건 간에 행정관료나 정치인들은 막연하게 일부 여론이나 민원성 압박 때문에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가시적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분명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자임하고 있을 게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그들은 기왕 지원해오던 일이니 멈출 수도 없고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자포자기 정치나 행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 앞에서 의회 앞에서 날마다 시위를 할 상인들과 가족들이 눈앞에 아른 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쓴다.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시설의 노후화를 지목했고 돈을 쏟아 부었다. 주차장도 만들어주고 카트도 비치했다. 가시적 성과가 드러난 보고전을 받으며 흐뭇해한다. 물리적 하드웨어를 개선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비유를 들자면 최신형 컴퓨터에 1988년형 윈도우 2.0을 설치한다면 오늘날의 윈도우10.0시대의 컴퓨터처럼 작동이 가능하지 않을게다. 작동이 될는지도 궁금하지만 그 최신형 컴퓨터는 윈도우2.0컴퓨터에 불과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운영프로그램을 구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전통시장에 예술을 접목하기 이전이나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돈을 들여 전통시장환경개선사업, 전통시장현대화사업, 전통시장상인아카데미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는 백화점들도 인근 전통시장과의 관계를 좋게 한다는 명목으로 마케팅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등의 시혜를 베풀고 있다.

전통시장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인 것만은 사실이다. 양동시장은 100년이 넘었고 대부분의 다른 시장도 50년 이상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갖고 있다. 전통시장에 가면 에누리, 덤의 문화가 살아있고 훈훈함 또는 투박한 인정을 느낄 수 있다. 장보기를 잘만 하면 적은 돈으로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형 상설시장이 없는 농어촌의 3일장, 5일장이 살아 있는 곳에서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 있는 소상인들의 연합체인 상설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전통시장의 모습이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일반 상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 가운데 현실에서 전통시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광주에서도 지방정부에서 열심히 지원해준 시장들만 그런대로 버티고 있을 뿐 그동안 시장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중소시장들은 여럿 문을 닫았다.

이렇게 시장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장을 멀리한 것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들어서는 중대형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들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전체적인 규모만 클 뿐 가격과 공급구조에서 체인망을 갖춘 이들에게 한참 밀리는 소상인들의 연합체인 전통시장은 손 쓸 도리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시장의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 국면으로 가고 있다.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에 집착하기보다는 필요하다면 전통을 해체하고 재구성을 하는 게 좋다. 당장 100년 전의 시장의 영화에만 머물지 말고 현대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조직화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선거기간 때나 명절 무렵 언론에 홍보 사진 한 장 내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가식적이다. 그들의 식탁이나 여러 살림들을 전통시장에서 사본 적이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이 점에 있어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민선7기의 이용섭호는 전통시장 내 문화예술 창작 및 전시공간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전통시장 내 또는 인근 부지를 확보하여 시민들을 위한 만남의 광장을 조성하고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장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시장 내 문화 예술 창작 및 전시공간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추진했던 일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더욱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의 접목을 통해 시장도 살리고 젊은 예술인들의 환경도 개선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도 예산이 끊기면 자생력이 생길 수 있을까. 한없이 예산을 퍼부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인기를 누렸던 대인예술시장이 이제 한계에 왔다. 뒤늦게 출발한 남광주시장이나 양동시장도 같은 전철을 밟으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인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올해까지 국비와 시비 직접 지원금 90억여원과 간접적인 지원을 포함하면 그 금액만 1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올해까지 한시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내년부터는 홀로서기에 나서야할 것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이미 시장 내부는 예술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시장 상인들은 준비하지 않았다.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만 받았을 뿐 자생력을 갖출 조직을 완비하지 못했다.

그러면 광주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마냥 계속 지원만 할 것인가.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하면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의 속닥속닥에 또다시 지원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주목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