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음식 맛있다” 제대로 살려본적 있는가?
“전라도음식 맛있다” 제대로 살려본적 있는가?
  • 박노보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18.06.28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선 7기,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남다르게 해봐야!

드디어 민선 7기 지방자치가 개막된다. 신임 혹은 재선 지자체장들은 성공적인 지방자치 운영을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지역주민들은 뭔가 새롭고 달라진 시책들이 나올 것인가 기대가 높아지는 시기다.

그런데,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민선 7기 지방자치는 과거와 다른 발상과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중앙정부 예산 따오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약이고, 크고 거창한 개발공약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 삶을 바꾸는 지방분권’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자체장들은 지역과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실질 성과보다는 치적용 성과주의에 벌써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다.

광주-전남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방분권 시대가 본격화되는데도 과거와 다른 발상과 ‘혁신’의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힘있는 단체장 운운하면서 그 힘으로 중앙정부 예산 끌어온다는 것 말고, 광주-전남다운 전략도, 감각도, 대안도 없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특화발전으로 나라 전체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자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의 요직을 경험했던 분들이 전혀 문재인 정부스럽지 않은 발상과 방식으로 민선 7기를 준비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한 가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외지에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광주-호남의 가장 큰 브랜드 자산가운데 하나가 ‘전라도음식 맛있다’라고 본다.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광주와 호남에 대한 폄하와 차별이 상당했지만, ‘음식만큼은 전라도’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광주와 전남이 이러한 훌륭한 브랜드 자산과 가치를 의미있게 활용해 본 적이 있는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여수 엑스포, F1 자동차경주대회, 혁신도시와 에너지밸리, 광주형 자동차산업 육성, 그리고 각종 SOC 건설에 열을 올렸을 뿐, 그 십의 일, 백분의 일도 ‘남도 음식과 맛’을 살리고, 산업으로 키우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전라도음식 맛있다’는데, 그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생존에 힘겨워하고, ‘맛있는 전라도음식’의 식재료인 전남의 농․수․축산물은 타 지역대비 가격이 싸고, 농업은 정체되고 있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TV에서는 먹방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전라도음식은 그저 구색맞추기 정도로 소개되고 대표적인 쉐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인접한 전북은 농식품부 주도로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하는데 광주-전남은 김치축제 정도하고, 김치산업 육성한다며 설립한 김치연구소는 유명무실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에 남도음식문화는 배제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전남 광역단체장의 민선7기 공약에서는 기껏해야 味鄕 운운하며 대표 음식키우겠다는 언급과 음식관광 활성화하겠다는 정도다. 광주-전남 지역의 최대 브랜드 자산인 ‘전라도음식 맛있다’의 전략적 가치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거나, 너무나 둔감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전라도 음식 맛있다’의 가치에 주목하자는 것은 단순하게 쉐프 혹은 자영업 수준의 접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산업의 육성이자, 전문화된 인력양성과 일자리창출이자, 식재료인 농․수․축산업의 시장창출과 시장확장 전략을 의미하며, 음식관련 전후방산업 전반의 발전과 관광산업의 육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전략산업을 키우고, 거창한 지역발전 공약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잘할 수 있는 것,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놓고, 다른 지역이 잘 쫓아오기 어려운 특화발전 전략을 강화하자.

리더는 능력보다 감각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서도 시대적 감각과 잠재력을 현실화시켜내는 감각이 필요하다. 늘 해오던 대로 관리하고 적당히 치적관리나 하는 지자체장 시대는 끝났다. 그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것이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힘있는 단체장을 넘어서 감각있는 단체장을 기대해 본다, 지역의 최대 브랜드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키울 수 있는 감각있는 그런 멋진 단체장이 필요하다. 작은 하나를 잘 풀면 더 큰 두 개, 열 개도 만들어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