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06.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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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내다볼 수 없을까. 매번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방정부 대표들은 전임자의 정책을 흐트러버리거나 도시의 비전까지도 바꾸는 일들을 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만다.

가까운 이웃 일본 요코하마는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만든 도시정책이 수차례 시장과 의회가 바뀌었어도 50여년 동안 골격을 유지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광주는 문화도시를 부르짖으면서도 아시아문화전당 외에는 문화정책이 실종된 상태이고 100년을 내다보는 문화전략은 엄두도 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한 마디 말하고자 한다. 6.13지방선거는 끝났다. 새로 당선된 이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지방정부의 대표를 맡은 이나 지방의회의 의원으로 일을 하게 되는 이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진정한 공복(公僕)이 되어야 한다. 공복이라 함은 우리 사회의 심부름꾼이다.

시장이나 도지사는 물론 의원들까지 모두 공복의 위치에 있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선거 전에 표를 얻기 위해 머리를 조아렸던 것처럼 당선 이후에도 계속 머리를 조아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에게 군림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난 선거 때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자던 언론의 부추김도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는 그 말마저 쑥 들어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등 정치적 분위기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말았다. 결국 인물론을 사라지도록 만든 지방선거가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은 본인의 역량으로 당선되지 않았다. 물론 열심히 거리에 서서 머리를 조아렸고 밤낮으로 사람들을 만나 선거명함을 뿌리고 악수를 한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두들 문재인팔이에 성공한 시장이나 군수, 의원들이 있었을 뿐이다.

광주는 이상하리만치 투표할 때마다 유난히 스윙보터의 역할을 했다.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더니 국민의 당을 지지하고 이번에는 다시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압승한 민주당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 다시 압승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복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가차없이 심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스윙보터 지역인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스윙보터가 지나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몰표를 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물보다는 냄비라는 지적도 많다. 이런 정치적 구조 때문에 지역의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개발이나 정치적 결단이 없다.

돌이켜보라. 광주든 전남이든 대한민국이든 100년을 내다보는 진정한 정책이 하나라도 있는가. 말로는 5천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100년 역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단 하나도 없는 이유가 이합집산의 정당구조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이용섭 당선인은 12조원 들어가는 경제자유구역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다. 찬반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만큼 일자리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그 예산의 10분의 1만 광주의 100년 대역사를 내다보는 전략을 만들고 투입하기 시작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문화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면 문화도시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과감한 예산투입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하나 예를 들면 지역의 옛 문헌, 인물에 대한 집중 연구를 통해 선조의 지혜를 오늘에 살려내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의 원천콘텐츠이고 문화자원이며 관광요소로서 관람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광주만의 차별화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광주라는 도시의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여기에 맞춰 모든 용역이 이루어지며 정책이 입안되는 풍토가 행정 내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4년마다 치르는 선거 구조 때문에 후임 당선자가 전임의 정책을 깡그리 짓밟는풍토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새 시장에게 기대를 해본다. 양식 있는 시장이길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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