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혀 “비판이 없다”
얼어붙은 혀 “비판이 없다”
  • 문틈 시인
  • 승인 2018.06.19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식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그가 속한 사회에 비판적인 안목을 갖게 마련이다. 비난이 아니라 비판이다. 비판이 허용되는 사회가 민주사회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보면 칼럼이나 논설, 보도가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쓴 듯한 내용을 자주 접한다. 마치 침을 빼앗긴 일벌처럼 맥 빠진 글들이다.

비판을 한다고 해도 맹물 맛이다. 옛말에 ‘궐 밖에서는 임금님도 욕한다’고 했거니와 비판할 때는 따끔하게 해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할 터인데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모양새가 못마땅하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들은 대부분 ‘잘 한다’ 일색이다. 내 심보가 청개구리 같은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느 편이냐 하면 일부러 ‘못 한다’ 편에 서 있다. 물론 정부가 하는 일들 중에 잘 하는 일이 아주 많다.

우리 어머니한테 한 달에 20만원을 주는 것, 아파트 단지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이면 월 60만원과 쌀 한 포대씩 안겨주는 것, 일자리가 없어 취직 못하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등 잘하는 것 일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단 이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미북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는 것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A학점짜리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열렬히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지지도가 70퍼센트를 넘나드는 것일 터다.

그런데 말이다. 어쩐 까닭인지 사람들은 좀체 정치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다. 화제로 삼지도 않고 기피한다. 심하게 말하면 쉬쉬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일까. 그 바닥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첫째, 장성한 자녀들이 일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둘째, 빚 얻어 점포를 열었는데 장사가 영 안 된다. 셋째,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더 예를 들자면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이 늘고 있다, 대충 이런 것들이 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다 잘 한다’고 몰표가 나온 마당에 누구도 무슨 불만이나 비판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정치에 대해 입을 뻥긋하지 않는 것은 정부 지지도가 그렇게나 높게 나온 형편에 주눅이 들어서가 아닌가싶다. 한 마디로 입조심을 한다는 말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로 인한 저소득층의 소득감소, 일자리,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설 등은 물론이고 크게는 한 쪽에서 떠드는 대로 우리나라가 연방제로 가는가에 이르기까지 떠도는 말들이 어수선하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 이야기는 아직 정부가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아서 ‘지켜보자’는 상황이다. 남북관계를 좋게 풀어가기 위해서 북한이 요구하는 문제들을 들어주려는 정부의 의도는 알겠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이골이 나있다. 식당 여종업원들은 한국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미 탈북민들 가운데 900명 가까이가 행방불명된 상태다.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느라 죽어라 투쟁하고 일해서 이만큼 자유와 부와 인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 누구도 정부조차도 법적 수단을 통하지 않고는 개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다.

말이 나와서이지만 북한이 그동안 우리 국민들을 얼마나 많이 납치했던가. 그런데도 북한은 한 번도 납치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나는 작금에 떠돌고 있는 여러 가지 믿고 싶지 않는 설(가짜뉴스 같아서)들에 귀를 빌려주고 싶지 않다. 그저 정부가 남북관계는 보다 신중하게, 국내 경제 문제는 서민 밀착형 정책을 펴주기를 바라는 바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옛날 임금님 어명이 떨어지면 ‘아니 되옵니다’하고 목을 걸고 딴지를 건 신하들이 있었듯이 건설적인 비판을 할 분위기기 필요하다. 지금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남북관계의 물꼬트기는 국가안보에 대한 설득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작년 일본의 한 포털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는 ‘손타쿠’(忖度: 윗선의 의사를 헤아려 알아서 헤아리는 행동이나 말)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얼어 있는 것 같다. 하기는 요즘 들어 더 머리가 희끗해진 아내가 내게 가끔 ‘나가서 괜한 말 하지 말고 조심하셔요.’ 할 정도다. 나 같은 사람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딱 부러지게 누구를 비판하지 못한다. 더구나 정부를 상대로 비판할 위인도 못된다.

그런데도 어쩐지 내 자신이 알아서 기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풀이 죽은 듯한 느낌. 사회가 모두 알아서 기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국민통합이 될까, 전체주의가 될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빛과 소금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날들이다. 일벌은 침을 잃으면 죽는다고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