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야기(4)
베트남 이야기(4)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8.06.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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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

전운이 가신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의 지식사회에서는 베트남 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균일하지 않은 것 같다. 베트남은 통일되었는가, 베트남은 공산화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묻는 사람의 의도를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분명하게 통일되었고 공산당 정권에 의해 통치되고 있기 때문에 공산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 이웃이 된지 오래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오늘날 적성국가 베트남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베트남 파병은 국위선양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용병으로 부끄러운 파병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사죄로 낙착되어 전쟁 중 한국인의 학살 행위를 부끄러워하지만 아직 배상 논의의 단계는 아닌 성 싶다. 적대적 과거는 잊히고 월남전을 승리로 이끈 호치민이 베트남 통일의 영웅으로, 과거의 대표적 반공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왜 호치민인가?」하는 책이 출판되어, 아직도 분단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오늘과 내일을 부각시키고 있다.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에 대한 호치민의 노력과 공적이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분단 한국의 조타수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형상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클로즈업된다. 4.19혁명으로 축출된 그의 말년이 안타깝기는커녕 단죄하지 못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촛불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에 가슴 설레면 설렐수록 낭비해버린 지난 반세기가 민주화의 진통으로 치부하기는 너무 아쉽다. 이승만, 박정희 집단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국가폭력의 흔적이 갖가지 적폐의 모습으로 민주화를 왜곡하고 저해하는 몰골들에 진저리 치면서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우리 모두의 역사적 과오를 자탄해 보지만, 역불급에 불가피했음을 수긍하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우리들의 패배감을 삭인다.

독립과 통일을 위한 호치민의 위대성에 감명 받으면서 이승만, 박정희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흠결이 그 추한 정치적 야망과 용서할 수 없는 이기심이었음을 발견한다. 베트남인들과 호치민이 보여준 불굴의 반제 투쟁과 그 의지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생존 에너지는 결국 스스로에게서 비롯되지만 우리가 역사적으로 안고 살아온 생존 조건을 결국 우리가 요리하고 조합한다. 우리 공동체의 골든타임은 우리가 포착하는데, 포착의 태도와 자세는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삶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데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성공의 경험도 있지만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더 많다.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는 동시에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반영하기도 한다. 동학혁명, 의병투쟁, 독립전쟁, 3.1운동, 신간회, 광주학생사건, 반탁운동, 좌우합작운동 등과 함께 근년에는 7.4성명, 6.15선언 등 우리가 헤쳐 나가야만 했고 우리의 역량과 지혜가 결집되어야 할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와 패거리들의 이해관계와 주도권 경쟁이 다시 만회할 수 없는 패배를 역사에 기록하고 말았다.

독재와 유신의 엄혹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4.19, 5.18민중항쟁의 기억을 갖고 자라난 세대들의 순결성에 힘입어 촛불혁명을 통한 찬연한 촛불정국을 가져와 남북회담, 북미회담의 역사적 골든타임을 맞기에 이르렀다. 반제투쟁이 덜 치열했지만 한국의 미래가 베트남의 미래보다 결코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용솟음친다. 공동체의 생존과 성숙을 위해서는 결사투쟁도 불사했던 우리들의 과거는 불멸의 민족위업이지만 결사항쟁의 길을 「산자여, 따르라!」고 강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마음에 그리면서 협동하여 모두가 함께하는, 협치의 대동세상의 초석들이 되어가야 할 것이다.

지혜로운 장수, 용감한 장수는 분명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인재이지만 복 있는 장수가 백성을 복 받게 하고 지장, 용장을 능가한다는 옛 속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협치에서는 지도자가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복장은 항상 민중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선량하고 정의로워야 함을 명심보감이 시사하고 있다. 그러한 자세로 국내, 국제 정치를 다루어야 한다. 트럼프가 미국의 복 받는 장수가 되려고 경제전쟁의 아슬아슬한 묘기마저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문재인도 김정은도 민중의 삶을 살피고 걱정하는 복장이 되어야 한다.

남조선과 북한을 이기는 용장의 허망한 꿈은 김일성, 이승만에서 끝났고 꼼수로 포장한 박정희의 지장의 욕망은 7.4공동성명의 파탄과 유신으로 끝났음을 교훈 삼아, 이제 복 받는 지도자들이 남북 공이 우뚝 서는 한반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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