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를 가다(7)
서구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를 가다(7)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8.04.2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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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감옥 (4)

이제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가 낸 고발장에 대하여 변론한다. 먼저 그는 고발장부터 읽는다.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인정하는 신(神)들을 부정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신을 섬기기 때문에 유죄이다.

소크라테스가 ‘청년을 타락시키고’부터 언급한 것은 당초의 고발장 내용의 순서를 바꾼 것이다.

그는 멜레토스를 법정에 불러내어 일문일답을 한다.

소크라테스 : 멜레토스! 이 앞으로 나와서 대답해 주시오. 누가 젊은이들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지요?

멜레토스 : 여기 배심원들입니다.

소크라테스 : 배심원들 전부인가요, 일부인가요?

멜레토스 : 전부입니다.

소(소크라테스의 약칭) : 방청객들도 그렇소?

멜(멜레토스의 약칭) : 네

소 : 민회에 참석하는 개별회원들도 그렇소?

멜 : 그분들도 그렇습니다.

소 : 그러면 나를 제외한 아테네인들이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만드는데, 나만이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말인가요?

멜 : 네.

소 : 좋소. 그러면 내가 고의적으로 그런다는 거요, 아니면 본의 아니게 그런다는 거요?

멜 : 고의로 그런다고 생각합니다.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만이 아테네 청년들을 타락케 한 장본인이라고 답변했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다.

이어서 소크라테스는 두 번째 고발내용에 대해 멜레토스와 일문일답 한다.

소크라테스 : 그대의 고발장에 따르면 나는 국가가 믿는 신들 대신 다른 새로운 신을 가르침으로써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했는데 맞나요?

멜레토스 : 그렇습니다.

소: 그러면 그 신들이 국가가 믿는 신들과는 다른 신이기에 나를 고발한 것이요? 아니면 내가 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에 고발한 것이요?

멜 : 내말은 그대는 신들을 아예 믿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와의 문답은 충분하다고 하면서, 변론 첫머리에 그가 많은 사람에게 심한 미움을 샀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다. 그 때문에 그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고, 그것은 멜레토스나 아니토스 때문이 아니고 많은 사람의 선입견과 시샘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이것이 많은 사람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게 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며, 그런 일은 나에게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그 유명한 ‘등에’ 이야기를 한다.

“아테나인 여러분, 나는 누군가 생각하듯이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내게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신께서 여러분에게 내려주신 선물에 잘못이 없도록 변론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나를 죽인다면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혈통은 좋지만 덩치가 커서 행동이 굼뜬 말에는 등에의 자극이 필요하듯, 신은 국가라는 말에 필요한 등에 역할을 하라고 나를 이 도시에 보낸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여러분을 일깨우고 설득하고 캐묻기를 그치지 않는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등에’는 말(馬)등에 붙어 있는 쇠파리의 일종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게으른 말에 비유하며 자기는 이 말을 자극시키는 쇠파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배심원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사실 아테네는 등에 같은 소크라테스의 짜증스러운 활동 때문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비판적 지성인은 어느 곳에서나 눈에 가시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그랬다.

소크라테스는 마지막으로 변론한다.

“여러분, 배심원에게 애원하는 것도, 애원하여 무죄 방면되는 것도 옳지 못한 일입니다. 오히려 배심원으로 타이르고 설득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배심원이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은 정의를 내세워 선심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것이 옳은 지 재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 재판을 여러분과 신에게 맡기니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재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크라테스는 마지막까지 당당하다. 살려달라고 애걸하지 않는다.

이제 판결만 남았다. 판결 결과는 유죄였다. 배심원 501명중 281명이 유죄, 220명이 무죄에 투표했다. 유죄가 61표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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