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소동이 볼만하다(4)
창귀소동이 볼만하다(4)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8.03.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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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고문
이홍길 고문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참가와 남북 단일팀의 구성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북한의 참가가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를 생각하면 북한의 참가가 가져온 감동이 아직도 절절하다. 뒤 이은 남북특사의 교환과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약속이 이루어 진 것은 평창 남북 단일팀 구성의 감동을 훨씬 뛰어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걱정했던 사람들은, 회담소식에 한반도의 긴장과 경색국면을 끝장내고 남쪽에서 전해오는 꽃소식과 함께 남북, 북미 간의 화해가 이루어져 평화의 한반도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슴 벅차다.

분단은 분단 극복이 민족사적 당위임을 드러냈지만, 남과 북에 온존한 기득권 세력들은 분단의 현실을 고착 강화시키면서 자기 이익을 확장시켜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통일까지는 아닐지라도 분단의 현실이 전쟁의 위험까지를 유발하는 마당에 분단 극복을 생각하는 것은 한민족 생존을 위한 당위이고, 남북의 정치세력들의 적대적 공존을 목도하면서 두 체제의 이왕의 적대와 경쟁을 부정하는 ‘양비론’의 등장은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당연한 귀결이다. 백낙청 교수의 양비론도 그러한 인식의 결과임은 그의 역래의 주장에서 살필 수 있고, 그것은 한국 지성의 분단 극복의 몸부림임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분단 극복의 몸부림이 싫고, 더구나 양비론적 접근은 그들의 행복과 안전을 담보해 온 적폐체제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창귀들의 소동은 시작되고, 그 독아(毒牙)는 백낙청 교수를 겨냥한다. 1992년 9월 독일 아놀츠하인 개신교 학술원에서 열린 ‘분단 속에서의 만남, 굽힘 없는 의사소통, 한국과 독일의 사례’라는 토론회에서 “남북한의 국가 권력자들은 상호 관련이 전혀 없는 듯한 단절상태를 서로 효과적으로 이용한 결과 ‘대결과 아울러 특정 음모를 통해 상호 의존하기’에 이르렀고, 한반도에 분단체제라고 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형태의 적대적 공존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이 백낙청 교수의 남북한 양비론이다.

그들은 백 교수의 정부 비판과 민주화 노력이 싫어 북한을 옹호하는 것으로 노골적으로 음해하고 나선다. “우리가 일제 식민지 이후 타율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친일세력이 사회적 우위를 점한 국가로 출발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뒤 이은 폭압과 전쟁, 분단 고착에서 국가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의심하는 저항논리에는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백 교수의 성찰이 싫어 이명박 정권에 빌붙은 창귀들의 호들갑이 더욱 요란스럽다.

적폐의 원흉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가운데 사법처리를 목전에 둔 창귀 두목의 현실은 그들에게 어떤 감회를 유발하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없어’하고 역사를 저주하고 사필귀정을 외면하는 광화문의 친박 유령들처럼 새로운 창귀 대열이 등장할까 궁금하다. 어차피 창귀인데 사람처럼 살 필요가 없다면서 창귀 미투가 쪼속쪼속 솟아날지도 염려스럽다. 삶이 있는 동안 희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분단극복의 처방으로 양비론을 제시하기도 하고 자주의 푸른 꿈을 버리지 못해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백낙청 교수와 그 동조자들의 고난의 몸짓들이 애처럽게 보였지만, 촛불 민중이 역사의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하는 현실은 분단극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지내온 과거는 창귀들의 소동에서 살필 수 있듯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외상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식민지 경험의 식민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 반공 트라우마, 군정 트라우마 등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는 우리들은 북한에도 반동 트라우마, 수령 트라우마가 그 생명력을 발휘할 것을 상상해본다.

‘가거라 트라우마 벗어나자 트라우마’라는 구호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분단의 극복도 양비론의 처방도 시민 참여형의 통일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결국 남북 모두 인민주권의 회복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남과 북은 명목상 민주공화국이고,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다. 우리는 3.1운동, 4.19혁명, 5.18항쟁, 촛불혁명 등의 민중항쟁의 경험을 공유한 세계사를 선도할 공동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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