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8.02.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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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예상외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어 참 다행이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금년 초에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는 전쟁 전야와 같았다. 뭐 애들 싸움에나 나오는 ‘코피 작전’이란 해괴한 용어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애들 싸움에서는 먼저 공격해 코피를 터트리면 맞은 애가 앙앙 울면서 전의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민족의 운명이 걸릴 수도 있는 북한을 선제 공격하면 애들 싸움마냥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전략이 ‘코피 전략’이라니 어이가 없다. 만약 이것이 빌미가 되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우리나라 수도권 2500만 명의 운명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3류 국가로 전락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대안의 불구경하듯 불장난 할지 모르지만 그 불장난에 한반도는 생존이 걸려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나 일본의 아베는 제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기를 고대하는 언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루기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바흐 IOC위원장은 남북 단일팀 구성(여자 아이스 하키)과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공동 입장을 성사시켰다. 대다수 국민들은 성공적인 개막식에 박수를 보냈고, 그 개막식의 비용과 기술적 성공에 외신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던 것이다. 김영남과 김여정 등 북측 대표들도 이 개막식에 감격했을 것이고, 우리의 IT 기술에 내심 놀라웠을 것이다.

그런데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평행선 내지 일촉즉발의 상태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기대를 펜스 미부통령은 여지없이 짓밟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아베의 언행이었다. 미국의 애완용 푸들마냥 미국에 아양을 떨던 아베가 내정간섭과 다름없는 ‘한미 군사 연습을 이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들고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의 반박성 발언과 같이 ‘그건 분명히 우리의 문제’인 것이지 우리와 동맹국도 아닌 주제에 아베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 못난 대통령(박근혜)을 윽박지르고 구슬려 ‘위안부 문제’를 단돈 10억 엔에 성사시킨 그 간사한 장본인이 북핵 문제에 개입하려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 이 모든 배후에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 ‘위안부 문제’도 미국의 종용으로 처리되었다니 도대체 미국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2차 대전 일주일을 앞두고 소련을 끌어 들인 것은 관동군을 과대평가한 미국의 정보력이 미숙했다는 것이고, 그 결과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분할 점령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한국 전쟁과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의 탄생이다. 만약 ‘에치슨 라인’이 일본까지 후퇴하여 그어지지 않았다면 6.25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해방 후 미군정은 임시정부 주석 김구 대신 정통성이 없는 이승만을 택했고, 해방 당시 한국인 친일파 관리를 대거 군정청 관리로 등용하여 정부 수립 후에도 일제 청산이 불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승만 독재를 방조했으며 5.16, 10.26 이후 신군부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미국이었다.

이승만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을 마치 수호천사로 여겼다. 그러던 것이 5.18 이후 미국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민주화 세력들에게 반미의식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다가 나라를 망쳐 놓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수구 보수 세력의 맹목적 친미 일변도의 외교가 우리의 올바른 대외관을 흐리게 했다. 아마 앞으로 트럼프 정부는 ‘약자 팔비틀기식’의 통상압력을 거세게 밀어부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미정서도 거세질 것이다. 괴물과 같은 트럼프를 우리의 수호천사라고 누가 믿을 것인가.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를 자국부담으로 건설해 준 나라가 세계에서 대한민국 빼고 또 어디 있는가.

항상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군지휘관을 데리고 자주국방을 수립한다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하다. 정말 역설적으로 말해서 우리 국민이 ‘양키 고 홈’이라고 외칠 때, 점령군 행세를 하는 미국의 태도가 변할 것이다. 미국은 선한 동맹국이 결코 아니다. 미국은 미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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