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신년제의 의미
참다운 신년제의 의미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 승인 2018.01.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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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의 기준은 각 민족마다 달리 해 왔다. 우리의 경우에도 오랫동안 음력을 써왔기에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루인 것이다. 양력 1월 1일은 일제가 강요한 양력 설이다. 조국의 광복과 더불어 우리 민족은 우리의 설을 되찾았으나 한 때는 관에 의해서 우리의 설이 억압되어 오다 그 규제가 풀린 것이 30여년에 지나지 않다. 2018년 새해가 밝은 지도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신년제(New Year Ceremony)는 어느 민족에게나 묵은 시간을 폐기하고 새로운 코스모스 시간으로 재생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2017년에 많은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제 2017년은 영원히 되돌아 올 수 없는 역사적 시간에 묶여 폐기 처분된 것이다.

그것은 카오스의 시간이고 어둠의 시간이다. 또한 타락한 시간이다. 그 일회적인 타락한 시간인 역사적 시간을 폐기하고 새로운 시간으로 재생하는 시간의 재생술이 신년제인 것이다. 인간은 시간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그 불가역적이면서 일회적인 시간을 영원회귀적 시간으로 바꾸어 놓는 마술이 바로 신년제이다.

보통 신년제는 단 하루만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도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보름까지 15일간 신년 축제기간이었다. 달의 합삭에서 만월에 이르는 기간은 부활절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 기간은 성스러운 기간이기 때문에 일상적 금기도 사라지고 ‘너’와 ‘나’가 합일되는 시간이다. 현대인의 가장 큰 불행은 신화의 상실일 것이다.

일회적이며 역사적 시간인 일상에 얽매여 현대인은 영원한 코스모스적 시간을 상실하고 말았다. 현대인은 합리적이라는 미망에 빠져 진정 생명력 있는 신화를 내팽개쳐버리고 말았다. 역사적 시간은 불모의 일회적 시간에 불과한 것. 역사라는 썩은 말뚝에 목매어 있는 현대인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합리적, 과학적이라는 말만 구두선처럼 달달 외운다. 영원히 젊어지는 샘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은유다.

신화는 제의(Ritual)의 언어 상관물이라고 보았던 케임브리지 학과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단군신화, 가락국기 신화 등은 다 제의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빅뱅에서 지금까지 174억년이 지났지만 그 시간은 직선적 일회적 시간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주는 계속 팽창하다가 어떤 임계점에 다다르면 다시 수축하여 빅뱅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 가겠지만, 그것은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회귀적이거나 재생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헤아리기 어렵지만 단선적 시간에 불과한 것이다.

매년 신년제를 통해서 시간을 재생시켜 나간다는 이 기막힌 상징적 시간관은 우리 인간의 꿈이요 염원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운동과 같이 회귀하는 두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실제의 세계와 허구적 세계가 우리의 시간관을 상보해 주듯이 실제의 세계와 허구의 세계는 서로가 있어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허구적 세계는 거짓의 세계라고 배척해 버린다면 우리의 세계는 얼마나 단조로울까.

양력의 시간과 음력의 시간은 결코 배제적 사상이 아니라 상보적이라고 생각해 보라. 우리는 양력만을 고집하는 서양 사람들보다 적어도 시간에 있어서는 훨씬 융통성이 있다. 새해에 우리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루게 되어 있다. 말도 많았지만 이 동계올림픽을 통하여 세계인들에게 놀이의 마당을 제공한 것이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에서 이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6월 13일에 치루어지는 지방선거라는 국내적 축제를 통하여 작년에 이루어낸 촛불혁명의 결과가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도 신년제의 의미가 보다 거시적 의미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봄이 되면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앙상한 나무에도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의 순환에 우리도 동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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