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려보자
새해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려보자
  • 이상수 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8.01.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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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전 호남대학 교수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헬조선’, ‘N포세대’, ‘흙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과 같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세태를 자조적으로 빗댄 표현들이 난무했다.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계층 간 이동이 점차 어려워지는 등 사회구조가 고착화됐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우리사회에 대해 연예인 김생민은 알뜰한 당신의 평범한 하루하루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항상 고뇌해 왔다. 2000년대 초에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었다. 당시 웰빙을 풍요로운 경제상황 속에서 달성하였다. 그 후 2010년대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웰빙이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힐링은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위로와 치유가 화두가 되었다.

그 후 2017욜로(YOLO)’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욜로의 열기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지금, 여기'의 가치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욜로는 우리에게 한번뿐인 인생, 미래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기보다는 순간의 행복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식 삶을 사는 대신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랐다.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지금의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는 라틴어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이어 김난도 교수는 트랜드 코리아 2018에서 키워드의 하나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을 제시하였다.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에 발간된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된 신조어다. 작가가 설명하는 소확행은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보송보송한 수건들, 고양이와 침대에서 누워있기 등 별 볼일 없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이 어쩌면 우리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소확행의 핵심은 사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여기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작은’, ‘사소한’, ‘일상’, ‘보통’, ‘평범’ 등일 것이다. 이미 선진사회에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한 바 있다. 집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창가에 핀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스웨덴어 라곰(lagom)’, 장작불 옆에서 핫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어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찰나의 작은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는 성공재력사치가 아니다. 커피자전거인디음악아날로그동물요리맥주채식처럼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주된 관심사이다. 2018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확행은 지칠대로 지친 하루, 기분 좋은 일은 하나도 없지만, 그 속에서 행복함을 이끌어 내는 힘에 더 가깝다.

삶이란 먼 훗날 기와집을 짓기 위하여 오늘을 희생하기 보다는 내 곁에 가까이 있는 확실한 행복에 집중하는 것도 소확행의 중요한 특징이다. 우선 공간적인 면에서 두드러진 점은 사람들이 멀리 나가기보다 근거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시간적인 면의 경우 미래보다는 지금에 충실하고자 한다.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애쓰고 노력하기보다는 좀 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 내 곁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는 것자체가 기쁨이 된다.

소확행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계도적 메시지가 아닌 삶의 목표에 대해 이런 행복도 존재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지금까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천편일률적 삶의 목표에 대해 이런 행복도 존재한다고 외치는 일종의 반기다.

훌륭한 사람이 되길 꿈꾸지 않는다고 해서, 더 근사한 삶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늘 하루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다만 소확행으로 인하여 마냥 현실에 안주하거나 아예 미래에 대한 꿈을 접는 패배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물질을 추구하는 이유로 소확행을 활용하는 상업주의적 합리화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날마다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날마다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당신만의 기준으로 당신만의 행복을 그려야 할 때이다.

끝으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소학행이 곧 모든 고민의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소확행은 미래를 꿈꾸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미래를 위한 꿈을 꾸되,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행복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것이다.

행복이란 이렇게 살아야만 행복한 삶이다.’라고 미리 정해진 것은 없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 곧 행복이다라며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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