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며 나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어머니를 보며 나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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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재촉하듯 반팔차림의 학생을 보며 한 해의 삼분의 일이나 지났음을 느끼며 5월을 준비하는 나를 본다.
가게를 운영하며 5월 어버이날,스승의날 행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다 한가로운 오후면 봄나들이라도 다녀오고픈 충동을 따사로운 봄바람에 실려 보낸다.
'애들은 유치원에서 잘 놀고 있을까? 아토피성 피부염인 둘째가 땀이 많아 목이며, 겨드랑이며 연한 살들을 긁어 파지는 않을까? 세째는 엄마가 그리워 울지는 않을까? 저녁은 무얼 해먹이나?'
리본을 접으면서도 머리속으론 애들 셋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결혼 9년째 세아이의 엄마로 가게를 운영하며 일에 쫒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는 요즘. 다락속에 언젠가 쓸모있을거라 여겨 보관해 둔 무언가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 요긴하게 쓰듯 내 삶의 순간순간 그때는 무심코 흘러버린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김질 해본다.
예상치 못한 세째의 임신으로 우울증에, 만삭의 몸으로 아이 둘과 남편에게 힘겨운 나를 이해시키려 짜증을 부리고 투덜거릴때도 엄마는 나에게 "자식은 하늘이 준 선물이란다. 너는 복도 많다. 힘들게 생각 말아라" 분만실에서 아이를 본 순간 어머니의 그 말씀이 나를 깨우쳤다. 그 순간 내가 아이에게 한 말이 '니가 태어나 엄마가 정말 행복하단다! 나에게로 와줘 정말 고맙다.
친정어머니는 9남매의 맏며느리로 아들을 낳기위해 자식을 여섯이나 두어 여지껏 자식들 뒷바라지로 평생을 일만하시며 밤잠도 못주무시며 자식 생각으로 가득하신 분이다.
그런 모습이 나에게는 답답하게도 보이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느 일요일에는 동네 어르신 칠순잔치로 관광차로 광주에 올라오셔서는 마중나간 나에게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한사코 찔러주며 막내동생 챙겨주라신다.
"엄마 내가 용돈 챙겨줄께요 돈도 없으시면서..." 끝내 그 돈을 주머니에 밀어 넣으시고는 "이게 엄마 마음이란다." 하신다.
아침마다 입맛없다며 부산하게 준비한 아침을 대충먹는 내 아이들에게 좋은 반찬에 맛난것아니라서 그런걸까하는 마음에 자책하며, 하루를 보내는 내 마음처럼 엄마도 늦게 낳은 막내 동생을 많은 것 못챙겨주서 미안해 하는 이런 마음일까 헤아려본다.
어쩌다 일손이 한가하면 가게 일로 바쁜 나를 도와주신다고 올라오셔서는 우리 애들 셋을 거두고도 밤이면 고단한 내 몸을 걱정하시며 약술이라고,
"뼈아픈데 좋단다. 3년 묵은 거란다 너만 먹어라"하며 챙겨주시는 엄마의 사랑에 나는 그 약술 한 잔에 눈물을 삼킨다.

내 친정 시골은 마늘 양파로 여자들의 일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또 양파값이 똥값이라 한편으로는 갈아엎고, 한편으로는 농협에서 처분해준 것 작업하느라 바쁘시단다.
"일도 많은데 엄마 아버지 몸은 어떠세요?"하고 안부전화라도 하면은 언제나 "김치는 안 떨어졌느냐? 가게 바쁜데 아픈데 없냐? 애들은 안아프고 잘 크느냐? 내 걱정은 말아라 아플 시간도 없다."하시는 말씀에 하루 일로 애들 뒷치닥거리로 고단한 내 몸과 마음도 행복한 투정으로 접어버린다.

가끔 아이들이 싸우고 상처난 얼굴로 집으로 오면, "애들은 싸우면서 큰단다! 성질내지마라." 윗층에서 밤새 뛰는 소리에 투덜거리면, "너도 자식키우는데 이해하고 살아라" 일이 많아 어깨 아파 죽겠다고 하는 소리에는, "일 없이 노는 것도 못할 짓이란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고생이라 여기지 마라."가게가 잘 안된다는 말에는 "그저 몸 건강하고 새끼들 잘 크고, 먹고 살면되지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라." 어찌 생각하면 어느집 어머니들이 다 하시는 말씀이고 , 우리네 어른들이 매사에 감사와 양보의 미덕으로 우리들을 가르치시던 생활의 기본인 말씀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내가 먼저고, 내가 많아야하고 내 아이가 최고여야 한다는 그 기준 속에서 싸움도 생기고 속상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애들에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전업 주부들이 자녀들에게 교육이며 음식이며 옷가지며 챙겨주는 것에 비해 짧은 시간이지만, 내 욕심으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 안달일 때가 있다. 그럴때면 친정엄마께서 일상적으로 나에게 건네시던 감사와 양보와 인내의 말들을 더 전하려 애를 쓴다.
내 마음의 욕심을 누르고 울엄마가 내게 건네주시는 사랑의 말들을..
생활의 기준들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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