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볼만한 '명작'을 기대한다
정치! 볼만한 '명작'을 기대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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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릴레이기고 - ③

작년부터인가 한국영화를 자주 본다. 분단현실에서 색다른 감동을 주며 흥행에 성공한 『공동경비구역JSA』, 『친구』등으로 한국영화의 대박바람이 이어졌다. 그러다 올해초부터서 그 기세가 차츰 꺾기는 듯 했다. 관객들이 다시 외국영화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흥행 이면의 조악함에 빠져든 눈높이를 자성하기도 했다.


한편『고양이를 부탁해』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갇혀진 현실 속 일상의 삶과 애환이 베인 뛰어난 <명작>은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하지만 다시 한국영화가 관객을 몰아오고 있다. 그 주역은 77세의 시골할머니와 7살의 꼬마의 얘기인 『집으로...』이다. 꾸밈없는 소재로 기억의 감정선을 잔잔히 울리며 관객에게 <명작>을 다시 찾게 하고 있다.


요즘 민주당이 『국민경선』이라는 로드무비를 내걸고 그동안의 흥행참패에서 벗어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당연 <흥행작>의 주역은 '노풍(盧風)'이다. 그 열풍에 지금 한나라당도 지방선거에서도 몇만명이네 몇백명이네 하며 선거인단을 모으고 있다. 덕분에 지방선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의 '정'에도 고개젓던 주위 사람들도 술안주꺼리로 대선에 대해 몇마디씩 해댄다.


물론 내게도 간만에 들어오는 괜찮은 볼거리다. 주말이면 꼬박꼬박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볼만한 것 아닌가. 근데 왠지 꺼림직하다. 정말 수십년동안 고여있고 분명한 자기색도 없는 기존정치판이 몇 사람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을까. 호박에 살짝 줄 쳐댄다고 수박이 될 수 있을까. 선거때 당장 살아볼려는 또 하나의 정치쇼 몸부림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럼에도 이 <흥행작>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 어떤이의 말처럼 기존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로 인해 나타난 역반응, 바로 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노풍'이 분다고 민주당을 결코 '미워도 다시한번'식으로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노풍'을 빌려 국민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게 뭔지 알아야 한다.


내겐 지방선거를 맞이하면서 두가지 바람이 있다. 하나는 더 이상 유권자들이 <졸작>에 허탈해 하고 착찹한 마음으로 돌아서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 8년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음에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지방자치와 지방선거가 그동안 뿔뿌리 민주주의를 가르쳐주고 키워나갔다기 보다는 서울의 정부종합청사와 국회의사당에서의 추태를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여길 것인가.


다른 하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보게되는 <흥행작>이 아닌 진짜 <명작>이 나왔으면 한다. 과일나무가 노화되고 병충이 번져 뿌리가 썪어갈 때가 있다.


그럴때는 열매가 아까워 다른 나무에 접을 붙여 그 단맛을 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과감히 파내고 그 자리에 종자 좋은 새나무를 심고 애지중지 키운다. 처음부터라 더 기다리고 손이 많이 가지만 큰 수확으로 풍성해 질 때면 그 보람이 남다르다.


이렇듯 지방자치에서부터 진절머리나는 기존 정당에서 벗어나고 싶다. 새로운 바람과 희망으로 튼튼히 자라나는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 마침 지역과 주민을 진심으로 위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모이고 있지 않는가. 그들에게 정치와 지방자치의 새로운 내일에 대해 과감히 맡기는 것도 괜찮겠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쯤 민주당의 이인제후보가 사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민경선』이 사실상 조기종영되는 게 그래도 못내 아쉽다. 거기에 내 입맛을 채울 수는 없었다는 걸 확인시켜줘서 씁쓸하기까지하다. 『국민경선』이 나에겐 <흥행작>이었을지 모르지만 진짜 <명작>은 아니었다.
그냥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이번 선거에 모두를 신나게 할 수 있는 <명작>을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훗날 모두에게 사랑받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명대작>의 탄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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