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면 좋아집니다
참여하면 좋아집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아이가 고1학년인데, 언제인가 나에게 "엄마! 엄마는 왜 시민단체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거야?"라고 물었다. "왜냐고? 네가 보기에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존경스럽냐?"
"아니! 맨날싸우고 서로 비난하고 날치기하고 안좋아 보여? 나는 이 다음에 저렇게 싸우는 정치는 안할래. 그리고 정치인들이 미워. 나라걱정은 안하고 싸우니까" "엄마가 시민단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너희들에게 정치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란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잘못은 지적 하면서 자기 자신이 나서서 고쳐보려고 하지 않으면 영원히 달라지지 않잖아. 그래서 이 엄마는 탓하고 있기 보다는 참여해서 바꿔보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엄마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저와 우리 큰아이의 대화는 여기에서 그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서글픈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언론에 비친 정치인들을 보면서 존경하고 바라보지 않고 싸움꾼으로 알고있고 현실 정치에 대해 어려서부터 혐오감을 갖고 자란다는 것이 한없이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의 여러 주부들에게 같이 동참하자고 많은 권유를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주부들은 돈도 안되는 그런 힘들고 어려운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정치인들을 감시견제하는 일은 어려워서 주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광주YMCA 시정지기단 활동을 6년동안 했습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사람들이 곱게 봐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자신과 내 아이와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좀더 희망적인 정치풍토를 마련해주고, 나 자신에게는 지금, 나의 작은 참여가 하나하나 모여서 더 좋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는 그날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시민활동은 전문지식·고학력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생활 구석구석 꼼꼼한 관찰자인
우리 주부들이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또하나는 도산안창호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일제 강점기때 제자들이 나라가 이렇게 위태로운데 나라를 구할 사람이 없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선생님께서 "왜 인물이 없다고 통탄하느냐? 통탄하고 있는 너 자신이 나라를 구할 인물이 되려 하지 않고 남만 탓하고 있느냐? 나라를 이렇게 만든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들이니라."라고 하셨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우리들도 누가 잘못하고 있다고 꼬집고만 있으면 절대 달라지지 않습니다. 꼬집고 있는 그 시간을 참여하는 곳에 쓰십시오. 나의 작은 참여가 내 주변을 달라지게 하고 정치인들을 달라지게 합니다.

저는 시정지기단 하면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불편사항들도 민원을 제기해 달라지게 하였습니다. 아파트앞 도로에 과속방지턱설치, 학교통학로에 어린이 보호시설 설치, 나대지에 꽃밭을 조성하여 지역민들의 정서함양에 도움되게도 하였고, 적십자회비지로 납부하는데 혼자힘으로 안되니까 구의원에게 민원제기하여 구민전체가 지로 납부케한일등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고학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자기주변삶을 좀더 관심있게 바라보고 불편사항이나, 아니면 다같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가 참여하여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되고 이런 공유들은 우리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특히 이런 일은 여성, 주부들이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것은 주부들은 생활 구석구석을 다 파악하고 있으며, 삶의 부분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지 않고 꼼꼼하게 살핍니다. 그러므로 주부들의 작은 참여는 우리사회를 밝히는 등불과 같습니다.

"주부들의 작은 참여는
우리사회를 밝히는 등불과 같습니다"


그런데 주부들이 이렇게 참여할려고 하면 주변사람들은 따뜻한 격려를 많이 해주어야합니다. 그래야 참여하는 주부들이 자부심을 갖게 되지요. '주부가 밥이나 잘해라. 너나 잘해라. 네가 안해도 누군가는 할 것인데 뭐하러 네가하냐?' 이런말들은 제발 삼가 주시고, '그래 너라도 참여해서 변화를 줘봐라. 그리고 잘해봐라' 라고 힘있는 격려를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사회의 많은 부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여성들의 참여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출발하기보다 내 주변의 삶을 좀 더 관심있게 바라보고 그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때, 우리사회는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아이들에게도 희망의 정치세상을 물려주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