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장님 고맙습니다
동구청장님 고맙습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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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조각거리에 관한 일침>
<"조각품 무너뜨리기운동을 제안한다">


동구청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4억 예산을 우리 미술가들에게 용돈으로 주셔서... 덕분에 시민들의 미술감상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요즘 금남로 조각의 거리를 두고 '공공미술은 사람이 뒷걸음치다가 조각품에 걸려 자빠지는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금남로 양쪽에는 새로운 조각품 20기와 기존시설물 26개 등으로 좁고 짧은 면적이 어지럽혀지고 있다. 마치 중구난방으로 들어선 '벌집 방'을 본 듯하다.

보행자들의 통행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곳 금남로가 5. 18 민중항쟁의 중심이라는 것은 뒤로해두자. 이곳은 출퇴근 시간에 광주에서 가장 번잡한곳으로 도시인들의 하루살이 삶이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높은 빌딩 숲에서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복잡하고 현란한 돌출간판은 그대로 둔 채 무분별하게 들어선 조각품들이 도시인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며 하루하루 생존전쟁을 치러 내는 셀러리맨에게 지체 높으신(?) 미술가들의 조형물은 과연 마음 한구석에 삶의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한번 공공미술을 그려본다.

공공미술이 일부 전문 미술가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명소(?)를 지날 때 마다 미술인으로서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참담한 마음에 붓을 꺾고 싶을 때도 있었다.

미술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공공장소에 설치된다는 것은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닐 것인데 어쩌다가 광주 미술이 이렇게 까지 됐나하는 서글픔도 들었다. 시민들에게 무슨 낯으로 미술인 명함이 내밀어야 할 지 모르겠다.
위세를 떨고 있는 조각품들은 개인 정원소품정도가 안성맞춤 일 것이라는 일부 미술가들의 지적에 과연 답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거리의 활기참, 휴식 터, 고층빌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작품들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금남로 조각품들은 쓰레기가 아닐까?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해낸 동구청의 엉터리 문화마인드도 치졸함의 극치다. 오지호, 의제 허백련의 거목을 만들어낸 예향, 의향 광주의 미술 맥에 행정과 일부 미술인들이 먹칠을 한 꼴이다. 이런 권위의 고급문화(?)을 만들어 낸 모든 이들을 생산자들의 이름으로 고발하고 싶다.
이젠 제안한다. 그림의 첫 작업 준비처럼 금남로가 먼저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 조각품들이 들어설 것을.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쓰레기 같은 조형물을 없애고 깨끗한 거리를 먼저 만들자. 우체통, 전화박스, 전기부스 등등. 그리고 동구의원들이 통과 해준 2단계 2차 사업비를 사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장 좋은 공공 미술은 시민들과 미술인들의 '조각품 무너뜨리기 운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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