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랑, 나이와는 상관 없는 것
아이 사랑, 나이와는 상관 없는 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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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사진작가 최순진씨

팔순의 나이에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외국을 드나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씨는 몸이 움직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 곳곳의 아름다움을 렌즈에 담고 싶단다. 여기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최씨는 50세가 다 돼서야 비로소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언젠가 무등산 돌을 찍어놓은 사진이 너무 멋있어 보여 작가에게 줄 수 없겠냐고 했더니 그 분이 별로 주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어요" 이에 자극을 받아 아름다운 사진이 갖고 싶어 직접 사진기를 메고 이리저리 다니기 시작했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활동이지만 벌써 30년의 세월을 함께한 덕분에 최씨 방은 사진들로 가득차 있다. "내 방은 잠잘 자리만 있으면 되지" 방 안 가득 사진과 함께 해온 추억이 있어 최씨는 마음의 부자다.

취미 활동 살려 어린 가장 돕기 나서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간 최씨의 아이 사랑은 유별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달랐다. 최씨는 가방에 항상 사탕을 넣어 다닌다.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어린애를 보면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고 싶은 생각에 사탕을 쥐어주곤 한단다. "애들은 내 자식만큼 다 이뻐 보여요"

그런데 평소 교회에서 주일학교 간사를 하면서 어두운 곳에서 도움을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던 터라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게 된 것. 이에 최씨는 고아원이나 영아원 운영도 고민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포기해야만 했다. 그 미안함을 사진을 통해 갚아보고자 결심한 것이다.
좀 더 아름다운 자연, 인간적인 사람 모습을 담고 싶어 걷다보니 해외까지 나가게 됐다. 최씨는 여권이 5개나 될 정도로 해외를 자주 나간다. 캐나다, 미국, 스위스, 호주 등 발길이 닿는 곳이면 혼자서 어디든지 떠난다. 심지어 노래자랑에 나가 상금으로 비행기표를 얻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적도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명소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와는 또다른 문화들도 접했다. 우리나라에선 이쁜 아이를 보고 부모에게 사진 한컷만 찍을 것을 요구하면 화를 내면서 애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단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기꺼이 사진 모델 되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단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있음을 최씨가 느낀 것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느꼈던 느낌을 사진 속에 그대로 담아온 최씨는 최근 소년.소녀 가장돕기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내 비록 프로는 아니지만 외국 나가서 찍었던 내 자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죠"라고 말하는 최씨의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사진전을 하면서 여러 가지 모습이 최씨 마음을 아프게도 했단다. 사진전 취지는 좋지만 흔히 사진 작품은 비싼 것 아니냐며 지레 겁부터 먹던 사람들, 전시장 한 켠에 성금함이 있었으나 기관에서 온 사람들은 대표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 등을 돌리던 모습, 그런가하면 작은 사랑의 차 한잔도 돈 내라 할까봐 못 마시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최씨는 세상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반면 그럴수록 최씨는 자신이 해야 할 몫이 더 많아짐을 느낀다.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80의 나이에도 남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삶의 기쁨이기도 하다.

오늘 최씨는 은행에 가서 통장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그곳엔 소년소녀가장돕기라는 글씨와 사진전을 통해 모은 소중한 금액이 저축되어 있다. "앞으로도 조금씩 저축해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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