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꿈'부터 가르쳐야죠
아이들에게 '꿈'부터 가르쳐야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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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남구 방림동에 자리잡은 어울림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손영희씨. 서른 넷의 나이에 아직 미혼이지만 아이들 키우는 것만큼은 베테랑 급이다. 교사활동 10년째라는 세월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만이 갖고 있는 교육 비법이 있는 것일까.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들의 삶 속에 제가 녹아나면 되는 거예요". 가난과 불우한 환경으로 기를 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그녀는 이곳이 학문을 가르치는 학원이 되길 결코 원치 않는다.

공교육이나 사교육 심지어 공부방 자체도 아이들이 그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고 손씨는 꼬집는다. "왜 당신들의 판단으로 욕심을 갖으시는지 모르겠어요"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애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컴퓨터, 한문 등 아이들이 숨쉴 틈을 주지 않는 현실이 손씨의 눈엔 안타깝게만 비춰진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느낌은 한마디로 천진난만하다. 그만큼 솔직히 자신을 표현하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 손씨의 역할이다. "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교육을 잘 시킨다길래 왔어요'라는 말보다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이 맑게 잘 크더군요'라고 말해주길 더 바래요"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티없이 맑게 자라는 것은 모든 어린이들의 '권리'다.

손씨는 항상 밝고 솔직히 커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면서 이로 인해 침체된 가정과 지역도 변화된다는 믿음을 10년동안 저버리지 않고 있다. "처음엔 1년만 하고 가야지" 생각했다는 손씨.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는 게 일순간 이뤄지는 일이 아니기에 손씨는 자신의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엄마들의 관심도 있어야 할터인데 바쁜 생활 환경에 얼굴 한번 제대로 비치는 부모가 없다는 현실이 손씨를 힘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손씨는 남들이 하지 못한 값진 경험을 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병을 앓은 것. 어쩜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손씨는 오히려 이 공부방을 지켜야겠다는 신념이 생겼단다. "주위에서 제 걱정을 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사랑의 모습을 봤거든요 그 사랑을 저도 아이들에게 계속 주고 싶었어요"

이제 이 공부방과 아이들은 손씨의 인생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들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월급이라는 걸 기대하지 않고 산 지 오래지만 손씨는 이곳에서 보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꿈'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다녀간 아이들의 꿈은 바로 손씨의 모습이다. 공부방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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