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꽃과 아이들의 푸른 꿈..."
"들판의 꽃과 아이들의 푸른 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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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이라면, 소중한 꿈을 키우며 깨복쟁이 친구들과 물장구치고 고기 잡으며 뛰놀던 시냇가, 뒷동산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과 "야호" 메아리 소리 친구가 되어주던 그런 시골학교는 늘 우리 가슴 한편에 아련한 추억으로 고향의 향수를 안겨준다.


그런 시골학교의 풍경을 간직한 학교를 광주도심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한 집안의 3대가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손자 손녀가 함께 다니는 광주북초등학교가 그 곳이다. 일곡동에서 패밀리랜드를 지나 북구전통공예학교를 지나 5.18묘역 못 미쳐 영락공원 입구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전교생이 48명으로 한 학년에 한 반 6명∼10여명으로 이루어져 선생님과 1대1일 전인교육이 펼쳐지고, 학교 주변의 민물고기가 친구가 되어주고, 들판의 꽃과 푸른 숲이 아이들의 꿈과 함께 자라는 학교, 작지만 아름답고 푸른학교가 광주북초등학교의 풍경이다.


광주북초등학교는 1935년에 개교한 이래 54회 256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전교생이 600여명에 달하기도 하였으나,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이농현상으로 인구는 갈수록 줄어 현재는 48명으로 교육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침에 따라 분교와 폐교 위기에 처해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학교 선생님과 함께 광주북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그 방법의 하나로 광주북초등학교의 주변 쾌적한 자연환경과 전인교육의 장점을 적극 살려, 환경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환경단체 전문가와 공동으로 실시하여, 외지로 떠난 학생들은 다시 불러모으자는 취지아래 "작은학교,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행사를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녹색연합 전문가, 교수님과 함께 하였다.


체험환경교육을 진행하였던 김영철 교무선생님은 "본교는 평소 '크다'와 '많다'에 길들여져 가는 현실 속에 지역 공동체와 지역문화는 파괴되고, 각종 환경문제가 야기되는 세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교육 취지에 따라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지역 학부모와 함께 지난해 '작은학교,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를 추진하였다." 한다.


'작은학교, 아름다운학교 가꾸기'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숲 알기, 민물고기 탐사, 별자리 탐사 및 과학실습, 학교벽화 그리기, 지역 문화재 환경단체 탐방의 활동 내용으로 각 대학의 전공교수, 숲 해설가, 전문가 등이 강사진으로 참여하였다.


올해 체험환경교육을 담당하는 이신옥선생님은 "이 활동은 도시의 편리와 문화 향유로부터 다소 비껴나 학생들에게 지역 농촌 문화와 주변 자연생태 환경을 자연스레 알도록 재량학습 시간과 특별활동시간을 체험학습교육으로 진행하여, 작은학교가 지역 내에서 갖는 가치와 정서를 최대한 살려 도시 교육보다 한 차원 높은 탄력적인 교육이 되었다"며 성과를 들려주며 지속적인 환경교육을 펼친다고 한다.학교신문과 학생들이 눈에 비친 환경체험학습


광주북초등학교 교지에 실린 학생들의 눈에 비친 환경체험학습의 모습을 살펴보면 체험학습의 교육 성과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광주북초등학교의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성과는 지방 방송국 TV, 라디오 방송과 중앙지 지방지 등에도 보도되어 학교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생태 전문가 김영선 선생님과 서강정보대 심재환 교수님의 안내를 받아 생활 주변에서 자주 만나지만 무심하게 지나치던 들꽃, 나무, 민물고기 등의 이름과 특징을 배우며 생태에 대한 관심을 넓혀나갔습니다.(5학년 이슬기기자)"


"동강대 전고필 교수님의 안내를 받아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학교 주변 문화재, 송가정과 면앙정을 탐방하였습니다. … 무엇보다도 우리 주변에 있는 훌륭한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날 체험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체험학습 보고서 쓰기 대회를 개최하여 서로의 글솜씨를 뽐내기도 하였습니다. 광주북 친구들, 이제부터 우리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고 아낍시다.(5학년 이미연기자)"


"우리밀 가꾸기 운동본부와 시민생활 환경회의를 견학하였습니다. 이번 견학을 통해 우리 밀을 가꾸고 이용해야 하는 이유와 우리가 필요 없다고 쉽게 버리는 폐품으로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5학년 이성일 기자)"


어릴 적 꿈 많던 시골소년이 자라나서 굴레수염과 짙은 눈매의 청년이 되는가 싶더니 천생연분 짝을 만나 어엿한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처럼 빨라 어느새 토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 "엄마 아빠" 옹아리 소리, 아장아장 걷는가 싶더니 개구쟁이 유치원생으로 코흘리개 어린이가 되어 초등학교 입학하여 학부모가 되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꾸는 꿈은 무엇이며,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가꾸고, 어버이로서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자신있게 선택한 학교가 바로 광주북초등학교이다. 지금 그 선택에 만족하며 생태교육, 전인교육에 관심있는 학부모와 함께 시골학교, 작은학교 살리기운동을 꾸준히 펼치고자 한다.
이채연(광주북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무등산권문화유산보존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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