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간에 딱 맞는 신문"
"얇지만 간에 딱 맞는 신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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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1주년 특집-그룹 인터뷰 첨단지구 주부들>
백효순(43) 이영미(40) 정영희(44) 이향란(43) 봉정선(40)

'시민저널리즘 실천 1년'. '시민의 소리'는 과연 시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창간이념이 행여 구호로만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광주 첨단을 찾았다. '시민의 소리'에 대해 한소리씩 해달라는 제안에 선뜻 5명의 주부가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5시 첨단 두산아파트 주민문고에서 이들을 만났다.

"시민의 소리가 1년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시민들한테 직접 듣기위해 왔다. 무엇이 흡족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지적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커나갔으면 좋겠는지 다 말해달라."

주부들의 평가는 신랄하면서도 따뜻했다. 기존 언론에 얼굴을 내밀었던 토호세력들이 지면에 재등장하더라며 '그 나물에 그밥'이라고 했고, 교육문제와 소외계층에 대한 기사가 돋보이더라며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가두배포방식때문에 신문이 내용과 질에 비해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며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배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지역언론에 대해서는 '폭발직전'이라며 극도의 불신감을 내보였다.

아, 이런 기사도 나오는 신문이 있구나
밥할 시간 됐지만 평가시간 안 아까워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배포체제 정비를


'시민의 소리'는 가벼운가 무거운가

▲백효순:이제 1년된 신문인데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민들이 느끼기엔 면수부터 빈약하기 때문에 신문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생활정보지와 같이 끼어서 배포되기 때문에 생활 정보지와 같이 취급하게 된다. 생활정보지와 함께 있으니까 신문이나 언론으로 보기 보다 구인 구직 등을 보면서 토막소식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래도 얻을 것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방문만 열고 나가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데 중앙지나 대형신문사는 큰 이슈만 다룬다. 하지만 '시민의 소리'는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를 다뤄줬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지적을 못하는 것 같더라. 중앙으로 알려야 하는 문제를 과감히 알려주라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다뤄주기 때문에 다른 지방지에 비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영미:교육계 부분에서 몰랐던 부분의 기사가 많이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신문이 다른 신문에 비해 가볍게 느껴진다. 기사의 내용이 있지만 장수나 부피가 가볍다.

▲봉정선:처음에 기대를 많이 했다. 탄생 배경과 일반 신문과의 차별성,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다루겠다.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볍다는 얘기는 탄생 과정에서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돈이 있어야 홍보고 하고 면수도 늘릴 것 아닌가. 나는 다른 걸 지적하고 싶다. '시민의 소리'가 그동안 기존의 신문에서 나왔던 인물들을 또 내보낼 때는 정말 화가 난다. 기존 언론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똘똘 뭉쳐서 여성이나 소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콱 막아놨다. 광주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토호세력이 나오고 또 나오니까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점이다.

'시민의 소리'는 친근한가

▲백효순:친근하려면 우선 많이 접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어떤 주간지는 아파트 베란다에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놔 두는데 '시민의 소리'는 정보지와 같이 있기 때문에 다 집어가버린다.

▲정영희: '시민의 소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는데 직접 접하기는 처음이다.

▲이영미: 홍보를 많이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필요한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에 놔두면 좋겠다. 공동 배포대에 놔두는 것은 안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폐지로 팔기위해 몽땅 한꺼번에 가져가는 것을 종종 본다.

토로세력 재등장땐 '그나물에 그밥' 화나
여성 소시민 등 참여공간 막아선 안돼
아래를 많이 쳐다보고 발로 뛰어야


기억에 남는 기사들

▲이향란: 중3 아이가 발달 장애다.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시민의 소리'에서 특수학급 문제 등을 다룬 것을 봤다. 아, 이런 기사도 나오는 구나하는 생각에 일반신문보다 와 닿는 면이 많았다. 모든 길은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서 장애인등에게도 길을 터줬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면 좋겠다.

▲백효순: 이슈 신문이면 이슈를 다뤄야 할 것 아니냐. 구청장이나 국회의원들 순위 매기는 것(트래킹 서베이)이나 분뇨정화조비리 등 멀리 안보고 우리 앞에 있는 문제들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이런 이슈들을 다뤄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원한다.

'시민의 소리'가 담아야 할 숙제들

▲봉: 여성에 대해서 등한시 하는 부분이 많다. 지방자치가 꽃피울려면 여성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야 한다. 여성들이 좋은 일을 했는데…, 신문에 보도되면 재미나서 더 열심히 한다. 광주에서는 '시민의 소리'에서만이라도 그 역할을 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광주의 변화를 선도하는 '시민의소리'였으면 한다. 해야할 숙제가 많다.

▲백: 교육, 환경, 여성, 청소년, 노인에 관련한 것 등…, 특집 기획이나 시리즈로 다뤄야 한다. 각 분야별로 정말 문제들이 많다.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나갔으면 한다.

▲봉: 맞다. 교육이 완전히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다. 정치나 행정보다는 교육, 환경,자녀와 관련된 문제들에 치중해주면 좋겠다. 또 좋은동네 만들기, 동네의 좋은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아까 말했듯이 토호세력들 그만 싣고 이런 사람들을 많이 발굴해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야 한다.
정말이지 '시민의 소리'가 건드려야 할 것이 많다. 지금은 어떤 기사들이건 시민들 '간'에 맞으면 폭발적으로 지지한다. 시민들의 '간'에 맞게 가면 된다.

지역언론이 외면받는 이유

▲백: 지역언론은 독자들의 욕구를 손대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의 진짜 아픈 기사거리를 기자에게 줘도 기별이 없다. 라인아파트에 사는데, 라인건설이 부도가 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지역 언론사들이 서로 눈치보느라 기사를 못 쓰더라. 그러니 당연히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자기 회사 계열만 안쓰는 게 아니라 서로 눈치 보느라 다른 신문사 관련 기업 기사도 안쓰더라. 통장을 몇 년하다 보니 계도지로 광주매일을 봤을 뿐 돈주고는 지방신문을 보지 않았다. 모든 지방지들이 시민들에게 버림 받고 있다.

▲봉: 지연, 학연, 혈연을 다 없애야 한다. 대구 같은 경우 신문이 2개 밖에 없지만 구독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시민의 목소리를 솔직히 담아줘야 한다. 그러나 광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방지를 구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언론에 불만이 많은데 한 마디로 폭발직전이다.

▲이영미: (5명 주부중 집에서 유일하게 지방신문을 구독중이다)광주일보와 동아일보를 보고 있다. 광주일보는 일하던 직장이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일간지에서 그만 둔 사람들 뭉쳐서 한겨레 신문 만들지 않았느냐. 1,2년 고생하고 자리잡고 발전하고 돈벌더라. '시민의 소리'도 처음이니까 고생해야 한다.

남은 얘기들

▲백: 창간 기념때뿐만이 아니라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울화통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도 누구한테 전화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또 '시민의 소리'가 더욱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지금 밥할 시간 됐지만 이런 시간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

▲봉: '시민의 소리' 같은 신문이 많아져야 한다. 남편들은 출근하면 신문 볼 시간이 없다. 주부들을 상대로 해야 한다. 살림하는 주부들이 얼마나 현실을 냉철히 보지 않느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신문, 비방보다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신문을 봤으면 좋겠다.

▲이영미: 아래를 많이 쳐다보고 발로 더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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