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등지게 할만큼 군입대가 싫었던 것일까?
대한민국을 등지게 할만큼 군입대가 싫었던 것일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역 기피한 그들, 그 닮음과 차이…
(가수 유승준의 말바꾸기)

최근 인기가수 유승준 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취득했다. 그것은 평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유승준 씨가 군입대를 한 달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이루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고 사실상의 병역기피가 아닌가 하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승준 씨가 누구인가? 광고료만 해도 수억을 받아 챙기며,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가지고 있는 슈퍼스타이다. 그만큼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사람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수십억의 돈을 벌어들인 그가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병역의무를 외면하면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더욱이 해외교포출신 연예인들의 병역기피가 문제된 한 달 후 그는 부상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수술을 받았다고 공표했고, 수술 후에도 여전히 그의 주특기인 댄스로 활동하면서 병역기피 의혹이 일자 자신은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 공표하여 더 인기를 받았기에,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충격은 더 컸다.

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하고 안하고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유승준 씨가 수많은 인기와 명예, 부를 누린 것이 오직 그가 잘나서였을까? 팬들의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고, 그는 그런 팬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공언을 했지만, 막상 병역의무가 다가오자 말을 바꾼 것이다.

더욱이 유승준 씨의 병역의무는 최전방에서 강한 훈련을 받으며 나라를 지
키는 것이 아니라 공익근무요원 임무였기에 더욱 황당하다. 대한민국은 철저한 국민개병제이며, 병역을 기피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는 분단국가이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마저 감옥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은 공익을 위한 봉사로 병역을 대체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단지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면서 말을 바꾼 유승준씨의 행동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를 우상으로 여기며 최전방에서 엄동설한에 혹독한 훈련을 받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무엇이며, 그를 우상으로 삼는 청소년들이 미래에 자신이 할 수만 있다면 국적을 바꿔서라도 병역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런 유승준 씨에 대해 팬들과 계속 만나고 싶어서일 것이라는 열성팬에서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는데, 혼자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면 고아가 된다는 연예 관계자 일부의 동정론도 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미국인이어도 팬들을 만나는데 지장이 없듯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익근무를 해도 그의 가족을 만나는데 지장이 없다.

한편, 유승준 씨가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한 것이 과연 유승준 씨만의 문제일까?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아들들은 병역을 면제시키는 것이나, 우리 사회 지도층에 이중국적자가 있다는 점,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주요 공직자가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보면 그에게만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서부터 나라를 배신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숙고해볼 만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유승준씨의 말 바꾸기의 결과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가 대한민국을 버렸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계속 그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영주권자라는 이유나 권력층이라는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는 이들과 공익봉사를 시켜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서 차디차 감방에 갇힌 우리의 젊은이들과의 형평성, 유승준씨처럼 돈도 못벌고 인기도 없으며 미국영주권자가 아니고, 권력과 부를 가진 부모를 만나지도 못해서 혹한의 추위 속에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묵묵히 이 땅을 지키는 젊은이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법이 과연 모든 젊은이들에게 획일적으로 군입대를 하거나, 형식적인 공익근무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동사무소에 있거나 거리에서 버스전용차선 위반차량을 잡으려고 서 있는 공익요원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혈기왕성하고 가능성 많은 젊은이들을 획일적으로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따라서, 최전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지금보다 월등한 존경과 혜택을 주면서 군입대를 권장하고,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게 하면서 감옥에 가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는지, 또 신체가 건강하지 못한 예외를 뺀 이도저도 다 싫다는 젊은이들에게는 합법적으로 사회적인 불이익(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민에게 권리만을 줄 수는 없으므로, 공직취임 금지라든가, 민방위, 소방훈련 등 사회동원의무를 더 길게 연장시킨다든가)을 주어야 하지 않을는지.

어떤 이유에서건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의무이며, 그것은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컨센서스를 필요로 한다. 또, 우리 사회가 대부분의 젊은이들처럼 군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을 존경하고 예우해줄 때, 국가로서 기본이 선다.
따라서, 이번 유승준 씨의 대한민국 국적포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모든 국민에 이르기까지 국민으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은 공론화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