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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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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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 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작은 것은 그 시대를 이끄는 큰 것들의 모태요, 기반이요, 에너지의 원천이다. 작은 것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어른보다 어린이가 아름답다. 거대한 중앙집권보다 작은 것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지방분권이 아름답다. 거대한 경제주체가 주도하는 독점이나 집중보다 작은 경제주체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경쟁과 분산이 아름답다. 인간성을 단지 하나의 구성요소로 삼아버리는 거대한 기술보다 인간과 적절히 결합된 작은 기술이 아름답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변형이다. 자유주의는 그것이 지닌 독성으로 말미암아 서양에서 이미 19세기 중반에 폐기되었던 사조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유주의의 물결은 미국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면서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했다. UN, IMF, GATT, 세계은행 등은 자유주의적 질서를 정착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1980년대에는 20세기 전반기에 인류가 구축했던 갖가지 사회보장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사회구성원 전체를 치열한 경쟁의 마당으로 던져버리는 신자유주의가 명확한 실체를 드러냈다. 1990년대 들면서 사회주의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자 신자유주의는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약 10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신자유주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촌 전반을 규율하는 유일사상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WTO, IMF를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신자유주의는 거대함과 경쟁력을 신봉한다. 대규모의 경제주체는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큰 것은 아름다운 것이며, 작은 것들은 점차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며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자. 크고 잘난 나라들은 작고 못난 나라들의 희생 위에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 않은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봉사를 그 존립기반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거대한 기업들은 작은 중소기업들과 노동자들의 뒷받침이 없으면 어떻게 존립할 수 있는가. 화려한 서울은 지방의 희생과 좌절을 기반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된 중앙집권적 집권적 체제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경향으로 변했다. 아무리 굶어도 끊임없이 살이 찌는 비만증 환자처럼 집권화경향은 통제할 수 없다.

서울이 거대한 공룡으로 커가면서 전국의 각 지역은 몽땅 허약하게 되었다. 지방의 공동화는 다시금 서울 중심의 성장과 발전시스템을 작동불가능한 상황으로 만든다. 지방에서 발전의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 한 서울 자체만으로는 번영을 구가할 수 없다. 이것은 노예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노예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못했던 탓에 거대한 로마제국이 일찌감치 몰락의 길로 들어섰던 것과 유사하다.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 일정한 질서가 있어야 한다. 어느 쪽이 좀더 많은 것을 확보하면 다른 쪽은 좀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만 한다. 큰 것에 힘이 쏠리면 작은 것은 맥을 추지 못한다.

작은 것들이 없으면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들이 건강해야 큰 것도 튼튼하다. 세상의 큰 것들은 수많은 작은 것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큰 것들이 많은 것을 차지하면 작은 것들은 밀려난다. 이러한 사회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질서한 사회다.

어떠한 사회도 어떠한 조직도 그 구성요소인 작은 것들이 튼튼하게 서지 않고는 전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해나갈 수 없다.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대기업이 산다. 노동자가 튼튼해야 기업이 산다. 농촌이 튼튼해야 도시가 산다.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분권은 번영과 경쟁력의 근원이다. 이것이 조화와 화합과 공동승리(win and win)의 논리다.

작은 것은 그 시대를 이끄는 큰 것들의 모태요, 기반이요, 에너지의 원천이다. 작은 것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작아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물론 작은 것들 스스로 자기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력은 그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류한호 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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