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 여전히 정치는 저질 코미디인가?
[투데이오늘] 여전히 정치는 저질 코미디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권에만 눈이 어두워 정치를 저질 코미디로 끌고 가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기 바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정치를 코미디에 비유한다. 국가 중대사를 다룬다는 정치가 볼품없는 코미디 수준밖에 안된다는 야유이다. 물론 코미디 하는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불평이다.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주고 달래주는 코미디를 어떻게 저 추잡한 우리 나라 정치에 같다 붙이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하든 코미디는 저속하고 코미디인 우리 나라 정치도 저속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어 보인다.

코미디 정치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오게 되었는지 필자로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암울했던 유신 치하의 70년대부터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당시 정치 행위들은 가관이었다. 그것은 코미디의 파격을 뛰어 넘어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태로 나아가기까지 했다.

야당의 거물급 투사로 알려졌던 한 국회의원의 변신은 코미디언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국회의원은 낮에는 국회에 등원하여 정권의 횡포 운운하며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밤이면 그 독재 정권의 총수인 박정희 대통령을 청와대로 찾아가 큰절을 하고 몇 푼 안된 해외 나들이 여비를 받아오곤 했다.

그러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한 방송에서 기사화되자 이 정치인은 기사를 썼던 기자에게 온갖 협박과 공갈을 해댔다. 그도 안되자 나중에는 기자에게 결투까지 요구했다. 더 웃기는 것은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 정치인이 의회 정치를 총괄하는 국회의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70년대 중반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중도통합론 형성 과정도 참 코믹하다. 당시 각목전당대회(신민당 내 계파들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폭력배들을 동원해 각목싸움으로 얼룩진 대회)를 거쳐 당수가 되었던 이철승의 당 운영 노선이 중도통합론이다.

이 노선은 야당이 생존을 위해서는 독재-반독재 구도를 벗고 그 중간지대에 서야 한다는 것으로, 나중에 '사꾸라논쟁'까지 불러왔다. 그런데 이철승씨가 국민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 노선을 선택한 것은, 박정희와의 면담 결과 박정희의 건강과 욕심으로 보아서 쉽사리 정권을 내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야당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데 있었다(이는 이철승 본인이 실제로 언급한 것임).

최근 들어 한나라당의 모습은 신판 정치코미디를 생각케 한다. 한나라당은 날마다 정책 정당, 국민을 위한 정당 운운하면서 정작 벌이는 행위는 '대권으로 가는 길을 누가 막느냐?'는 식으로 좌충우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정, 관계 사람들만 붙들고 늘어지면서, 자신들의 말을 안들을 때는 누구도 제자리에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는 투로 을러대고 있다.

현 정부나 여당이 얼마나 한심하기에 그렇겠는가 하지만, 대통령도 탄핵하겠다고 공갈치는 운동권 출신의 한나라당 원내총무를 보면 저런 수준 낮은 코미디언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싶다.

김원웅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자기 당 국회의원들의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고, 도장까지 몰래 파서 통일원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했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교육공무원 정년 연장안을 힘으로 밀어대 온 나라를 들쑤셔놓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거두어버렸다. 한마디로 코미디 수준에도 못 가는 정치 행위들이다.

정치는 사람을 살리는 존엄한 행위이다. 그리고 역사에 보면 이러한 정치를 방해하는 자나 집단은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권에만 눈이 어두워 정치를 저질 코미디로 끌고 가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기 바란다.

/송정민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