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정신 이을 기념사업 '첫단추' 무엇인가
들불정신 이을 기념사업 '첫단추' 무엇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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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와 광주전남문화연대가 주최한 들불열사 기념사업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지난 6일 북구 문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날 고규태 시인의 발제에 이은 토론을 간추려 싣는다

전용호(들불열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발제문 중 표피적이고 보여주기식의 사업이란 무슨 뜻인가.

고규태
조형물이 일단 세워지면 민이 했는지 관이 했는지 구별해서 보지 않는다.
시민들이나 외지인은 엄밀한 의미에서 주로 조형물을 통해 5·18을 인식한다. 조형물은 상징물로서야 거대하지만 죽은자와 산자의 교감은 덜하다.
실례로 25억짜리 거대한 조형물이 있는 신묘역보다 구묘역에서 교감을 더 느낄 수 있다. 또 조형물을 민간차원에서 건립한다 하지만 위치는 시유지 또는 국유지가 될 수 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관과 연관되는 사업이 되는 것이다.

박호재(전남매일 편집국장)
이 자리는 사이버 논쟁 재론하는 자리 아니다. 조형물을 설치해야 하는지 안해야 하는지, 야학당을 건립해야 하는지 안해야 하는지 이분법적인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동시적으로 진행되야 한다. 일단 주어진 예산 속에서 들불 7열사의 정신을 어떻게 기릴 것인가에 대해 낮은데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또 들불열사 기념사업 논란이 5·18의 모든 문제를 끌어낸다는 식의 사고는 좋지않다고 생각한다.

윤정현(광주비엔날레 교육정보축제팀)
특정의 조형물이 사적인 목적과 과정, 공간에 위치한다면 국외자들이 의견제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외자가 사적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으며 이의 수용여부는 사적개인의 자율적 판단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들불 7열사 기념조형물 사업은 그 분들이 5월항쟁과 한국사회 변화에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따라서 여러사람들의 의사가 기념사업에 반영되야 한다.

전용호 기념사업회 운영위원께
1)사업회가 모임을 구성하면서 들불야학 관계자 및 5월항쟁 관련자를 중심으로 참여의 범위를 축소시킨 감이 있다. 사업회 밖의 사람들도 들불 7열사의 삶에 공감하고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는데 이에대한 견해는?

2)5월항쟁과 관련된 보상과 기념사업의 진행이 주로 당사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는 비당사자들의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전국화와 세계화에 추진력을 얻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대한 언급을 바란다.

전용호
들불열사들이 5월항쟁을 넘어 한국 현대사 민주민중운동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5월항쟁 과정에서 '수습'이 아닌 '저항'의 지도력으로 분출됐기 때문이다. 또 자신들의 생애를 청년운동, 노동운동, 문화운동 등 현장에서 활동하다 스러져갔기 때문이다. 그분들 한분한분을 기리는 기념사업 단체가 각각 존재한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와 '들불열사기념사업'은 별개다. 기념사업회는 조형물사업이 끝나면 해체될 것이고 의외로 재정과 인력이 확대되면 그 규모에 맞는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들불열사 기념사업은 누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을 기릴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그 사업을 책임있게 추진하는 당신이 바로 기념사업회 자체다.

들불기념사업은 순수민간단체 사업이어서 예산이나 참여인원에 한계가 있다. 이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 조형물 제작사업을 결정, 추진하고 있다.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검토와 예산 등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홍성담작가가 5월관련 조형물을 독식하고 있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홍씨는 북구청 벽화와 김남주 시비, 이번 들불열사 조형물에만 관여하고 있다. 북구청 벽화를 제외하면 모두 무보수다. 오히려 홍작가에게 돈이 되는 작품을 맡겨야 할 판이다.

기념사업회는 토론회 대신 간담회를 제안했다. 이미 4개월 전에 총회를 거쳐 확정된 사업에 대한 토론회는 시기적으로 적정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에 익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인물들의 실체와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한다면 기념사업회는 임시총회를 소집해 조직과 사업내용을 개편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상황은 마녀사냥처럼 얼굴없는 소수에 의해 조작되며 원치않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헤프닝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범능스님은 경솔한 판단으로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 기념사업회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호기(전남대 사회학과 강사)
한국에서 기념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민주화기념사업은 김영삼 정권 시절 한꺼번에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잘못하면 묘지공화국이 될 판이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기념사업 공청회를 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사업주체들도 다 알고 있지만 기념사업이 가능할 때 하기위해 서둘러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5·18 기념사업은 그나마 관련자단체들이 개입된 독특한 사례인데 왜 4·19나 3·15등의 기념사업과 똑같은가? 들불기념사업은 5·18전체와 뭉뚱그려 봐질 수 밖에 없다. 98년 들불관련 기념석 제작이 예정돼 있었는데 5·18의 피해를 강조해야 하는 당시의 상황 때문에 계획에서 빠졌다. 5·18만큼 많은 조형물과 상징물을 갖고 있는 곳도 드물다. 다 완결짓지 않고 후손에 넘기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전고필(동강대 겸임교수)
인터넷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구세대와 신뢰감을 갖는 젊은 사람들간 갈등으로 비친다. 중요한 것은 양쪽 다 들불열사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또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나타난다. 볼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중 하나지만 들불열사 추모사업 이유가 80년 당시 대학생들의 역할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신적인 보상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고결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사업회측에서는 이를 수용하면서 포괄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낙평(광주전남환경연합 사무처장)
기념사업은 죽어갔던 사람들이 못다한 삶을 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다. 정세현(범능스님)이 연출자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로 얼마나 문제가 되길래 스님이 공연을 못할만큼 됐을까 안타깝다.

고규태씨의 글과 발표는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인식의 편차가 있다. 80년 당시 들불열사와 관련, 푸닥거리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으나 하지 못하다 어렵게 관련자들이 모여 시작한 사업이다. 첫단추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기념조형물 사업이고 이후에 제2, 제3의 사업이 있을 것이다.

조형물에 대해 사업회 내부의 반대는 없다. 광주에 기념조형물이 많다는데는 공감하지만 들불열사들의 조형물을 소박하고 아담하게 설치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이 사업을 중단하려면 근거가 명백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되는데 고규태씨의 말에 설득되지 못했다. 더 좋은 의견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광우(시민의소리 기자)
준비된 항쟁을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들불기념사업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는 5·18의 이념성을 실현하는 과제일수도 있다. 5·18기념사업의 모델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 들불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조형물보다는 다른 방식의 기념사업에 역량을 모으는 방식이 필요하다.

고규태
사이버상 익명성 문제는 세대간 갈등이 아니다. 나도 고인천이라는 익명으로 글을 썼지만 책임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내부에 이견이 없다고 했는데 전용호씨와 임낙평씨의 의견이 다르다.
사업회가 우선사업도 아니고 유일사업으로 조형물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들불열사 기념사업회'가 아니고 '들불열사 조형물 사업추진위원회'여야 하고 취지도 조형물 설립에 관한 취지로 바뀌어야 한다.

5·18당사자들은 심정주의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 전국화, 세계화를 부르짖던 5·18이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나도 들불열사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오져 죽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싶다.

박호재
이번 기념사업은 돈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권력이 되는 것도 아닌 것을 관계자들이 열의를 갖고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조형물 사업은 공공성이 있다.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열사들의 정신을 확산시킬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쪽으로 (기념사업회가)반영해 주기를 바란다.

김지원(광주전남문화연대 사무국장)
건설적인 사업방향으로 허물어질 위기에 놓인 광천동 성당을 시민운동차원에서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제안한다. 또 이 논의가 계속될 수 있도록 시민의 소리에서 토론방을 계속 열어두길 제안하며 참여하는 인사들은 되도록 실명으로 의견을 냈으면 한다.

고규태
조형물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기념사업의 첫 단추를 무엇으로 꿸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현 시점에서 조형물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므로 조금 더 기다렸으면 좋겠다. 앙상한 메시지만 전달하게 될 사업을 왜 이 시점에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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