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 DJ와 카리스마
[투데이오늘] DJ와 카리스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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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연 본지 편집인
손정연 본지 편집인
손정연 본지 편집인

 

DJ정권은 태생적으로 '개혁'이 과제다. 이를 외면하고 편하게 임기를 마치려 한다면 편한만큼 잃을 뿐이다.

시민의 소리가 창간이래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DJ(김대중대통령)와 관련된 지역민심 읽기 내용은 곰곰히 음미해 볼만하다.

지난 2월 창간당시 민심추적에서 나타난 지역민들의 DJ에 대한 지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폭적 지지에서 상대적 지지로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어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추석무렵 민심보기에서는 "정치가 왜 이 꼴이냐"는 아예 비난을 넘어서 염증현상이 나타난다.

그후 불과 40일 남짓되는 광주월드컵경기장 개막전이 열리던 지난 13일 민심 읽기에서는 "임기나 제대로 마칠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함께 상징적으로 "공천=당선과 같은 꿈같은 관계는 모두 끝났다"며 DJ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젠 미련 가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광주전남 방문과 때를 맞춰 지역인사 600인이 낸 시국선언 역시 겉으로는 표현이 절제됐지만 속내용은 국가발전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개혁에 매진하라는 무등산과 같은 소리였다.

지금 DJ에겐 카리스마가 없다. 50년만의 정권교체, IMF극복,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 이룩한 업적을 놓고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무엇이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고향에서마저도 민심이 DJ를 떠나가게 하고 있는가.

지난 10·25 재선거 패배후 민주당 쇄신파들이 당내 개혁을 요구하고 있을 무렵 한나라당 이부영부총재가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내용중에는 DJ가 왜 카리스마를 상실할 수밖에 없는가를 읽을 수 있는 의미심장한 발언이 담겨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최대 과오는 '대통령 자신의 독선'이며 참모들 누구도 '아니오'소리를 못하게 하는 게 문제다 … 김대중정권으로부터 민심이 돌아선 까닭은 이 정권은 여당내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시정하지 않음을 국민들이 알게됐고 그에따른 실망감의 결과다"

결국 국정운영능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심각하다. 정치지도자로서 그동안 보여온 DJ 리더십은 독선이 아닌 여론을 중시한 합리적 대안제시에 있다. 국민들로부터 형성된 그의 카리스마는 군사독재정권시절 사형선고 등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신념으로 맞서 싸운 '자기 희생'에 있다.

감옥에서도 나라발전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그래서 '준비된 대통령'으로 카리스마화 된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DJ에게 거는 기대치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가 살아온 인동초 같은 정치역정으로 보아 적어도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정치를 펼 것이다' '공권력 폐해를 바로 잡을 것이다' 이 두가지다.

한마디로 민심이 돌아선 까닭은 이 두 기대치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데 있다. 따라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고 상실된 카리스마를 되찾는 길은 간단하다.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면 된다. 먼저 독선을 버리고, 처음처럼 가신정치가 아닌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여론정치를 다시 편다면 길은 있다.

또 하나는 보수세력에 의해 밀리고, 정국운영 주도권을 쥐려 지나치게 신경을 씀으로써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한 모든 분야의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거는 길이다.

각 정권에게는 역사발전 단계에 맞는 소명이 있다. DJ정권은 다시 말하지만 태생적으로 '개혁'이 과제다. 이를 외면하고 편하게 임기를 마치려 한다면 편한만큼 잃을 뿐이다.

거듭되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국정의 첫 과제가 '사심없는 개혁'이라는 민의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려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돼버린 정치권력 폐해와 나라발전에 딴지 거는 언론권력에 대한 개혁, 이 두 분야 개혁만이라도 일정정도 성공시킨다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정치권력 개혁 핵심이라면 한국사회 총체적 부패구조의 주범이라 할 더러운 연고주의 폐해를 끊는 길이고, 언론개혁 핵심은 언론길들이기가 아닌 원칙에 입각한, 언론이 언론으로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건전한 환경조성에 있다.

더 나아가 진정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정치개혁에 나선다면 정기국회후 각 정당, 시민단체 인사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함께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길이다.

민심을 되돌리고 잃은 카리스마를 찾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을 비워내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안다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일찍 온 레임덕 속에 보수세력과 거대 야당에 계속 끌려 갈 것인가, 아니면 고리를 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것인가. 전적으로 DJ의 선택에 달려있다.

/손정연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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