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태웠다. 농민이 죽어야 나라가 사나....
쌀을 태웠다. 농민이 죽어야 나라가 사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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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대회를 다녀와서

11월 13일 새벽, 아이들은 평화롭게도 잠을 자고 있었다. 부엌에 아이들 밥상을 차려놓고 쪽지 한장 달랑 남기고 새벽 시린 바람 속에 전국농민대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 밥 다 먹고 학교 갔다와서 동생이랑 잘 놀고 있거라! 엄마는 서울농민대회 하러 간다" 이제 아이들도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보고도 이해할 만큼 익숙해져 있다.


익숙함 속에는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도 학원 한번 제대로 못보내는 궁핍함도 있지만 엄마 등에 업혀서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쌀값보장' 등을 외치던 익숙함이 더 먼저인 아이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연로하신 분이 태반이었다. 주름살 깊게 패인 얼굴은 한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온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뼈 빠지게 농사 지어봤자 이것 빼고 저것 빼고 남는건 언제나 빈주머니 신세에 빚더미 농사, 이 민족의 식량을 책임진 대가치곤 너무나 혹독하다, 아니... 억울하다

눈물로 부른 '흙에 살리라'

버스는 서울역을 지나 서대문 쪽을 향하던 중 갑자기 전경들이 버스를 막아섰다. 화난 농민들은 버스에서 내리려 했으나 이젠 내리지도 못하게 문을 겹겹이 에워싸고 내리지를 못하게 하였다.


쌀 농사 때려치고 아예 죽으라는 것인지, 끽 소리도 하지 말고 집안에서 몰래 죽으라는 것인지 답답했다. 여의도로 가기 전에 먼저 농협중앙회를 들렀다. 제 역할을 똑바로 하라는 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협 중앙회는 아예 건물 주위는커녕 도로 자체를 봉쇄하고 못들어 오게 하였다.


그곳에서 부른 '흙에 살리라' 노래는 어떠한 눈물보다도 더 처절하게 들려왔다. 여의도 집회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쌀을 태웠다... 쌀이 불탔다... 우리의 생명이고 농민의 자존심인 쌀이 타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쌀을 포기하라면 내 목숨을 내주마" 농민들의 심정이 불타는 것 같았다.

"쌀을 포기하라면 내 목숨을 내주마"

수출이 잘 돼도, 못 돼도, 우리 서민의 사정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공산품을 팔아 먹기 위해 농산물을 개방해야 된다?... 물론 도시 사람들은 싼 값에 농산물을 사먹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게 언제나 보장된다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곧 세계적으로 식량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된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까맣게 타들어 가는 농민들과 이민족의 장래를 위한다면 정부는 농민만 희생물로 삼지 말고 농업과 농촌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큰 재앙이 따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 농민들만 100여명이 다쳤다. 곤봉과 방패로 찍어 내리는데.... 수입개방은 정부가 하고 그 피해는 농민만 보고... 난 묻고 싶다. 정말 농민이 죽어야 이 나라가 살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렇게 농민을 못살게 하는 것인지... 쌀이 무너지면 이 민족이 끝장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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