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힘든 세상을 견뎌내는 한 방법
[투데이오늘]힘든 세상을 견뎌내는 한 방법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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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광주YMCA사무총장

세상의 흐름을 한 발자국 물러서 구경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세상살이가 힘겹다. 우선 먹고 입고 아이들 키우면서 살아가는 일이 만만하지가 않다. 쓰임새는 나날이 늘어나는데 벌이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힘에 겨운 또 다른 까닭은 앞날에 대한 불안 탓이다.

당장은 장사가 안되더라도, 월급이 깎이더라도, 쌀값이 헐하더라도 내년이나 저 명년에는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 서지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생각을 어두운 쪽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TV를 보나 신문을 펼치나 세상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궁리는 별로 없고, 애터지는 소식이 가득하다. 동네 소식, 나라안 소식뿐만 아니라 나라밖 소식들도 살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보다 가장 앞세워야할 까닭은 우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분 나쁜 소식은 얼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괜찮은 소식은 당연스러운 일로 심드렁하게 받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지않느냐는 얘기다.

한반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는 몇 십년을 두고 기뻐해야할 일인데 금방 잊어버린다. 불과 20년 전에 악독한 군사독재의 독살스러운 탄압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던 나라형편이 그래도 이만큼 민주화의 길을 가고있슴은 팽개쳐버린다.

국제정치나 국가경제,역사의 흐름 같은 거창한 얘기 말고 아주 사소하고 자잘한 재미도 많다. 시절이 좋아서 채소와 과일과 곡식이 풍성한 것은 좋은 일이다. 박 찬호와 김 병현이 야구의 본고장에서 황소 같은 미국선수를 삼진으로 잡는 광경은 통쾌하다.

잠시만 나서도 이 산 저 산, 이 골짝 저 골짝과 사방천지에 펼쳐지는 형형색갈의 단풍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훈련 마치고 첫 휴가 나온 둘째 놈의 검게 그을린 얼굴도 흐뭇하다. 맨날 말썽만 피우는 애라고 치부했던 아이가 디자인 감각이 대단해서 특차로 대학에 갔다는 앞집 아줌마의 자식자랑도 들어줄 만한 일이다.

어렵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잘못된 현실과 온 몸으로 맞부딛쳐 싸워나가는 일 못지않게 세상의 흐름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구경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죽을 둥 살 둥 눈앞의 현실만 쫓아가지 말고 한 박자 여유를 갖고 살자는 거다. 나막신 장사하는 아들과 짚신 장사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 얘기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깨우침을 되새겨볼 일이다.

속상하고 애터지는 일이 코 앞에 닥쳐있다 할지라도 요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섬진강 물 색갈이 어떠한지 구경을 가볼 일이다.

/정찬용 광주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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