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교사' 무차별 배출, 학생들이 실험 대상인가
'무늬만 교사' 무차별 배출, 학생들이 실험 대상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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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교육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현 정부가 수립하여 강행한 많은 교육정책은 '교육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교육을 해한 정책'이었다. 많은 경우에 급한 불을 의도적으로 내놓고 교육계에서 이를 끄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취했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제발 급한 불을 내지 말라며 교사들이 길거리로 나섰고, 교대생들이 수업거부를 하며 연일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전국 교대 졸업예정자를 모두 채용하더라도 2002년에 3,700여명, 2003년에 7,700명 정도가 부족하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족한 인원이 크게 불어나자 현재 열악한 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초등교사들이 도시지역으로 옮기기 위하여 사표를 낼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발령받은 사람 뿐만 아니라 시험 제한연령 이내에 있는 30대들도 대거 사표를 낼 것이라고 해서 전남과 강원 등 특히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교사 확보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역, 즉 소외된 지역은 기존의 경력을 가진 교사들마저 떠나게 되어 모두 신규교사, 그도 정규교육을 받은 신규교사가 아닌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사람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불평등 확대를 보장이라도 하듯이 교대학점자 졸업자는 도단위 지역, 즉 이러한 지역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정부가 서둘러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겠다는 이 정책을 강행하면 결국 무늬만 초등인 교사는 소외된 지역에, 정규교육을 받은 교사나 경험을 갖춘 교사는 광역시 지역에 가도록 하여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지역의 교육 여건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무늬만 초등교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정한 학점만 이수한다고 해서 등에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곡식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소, 햇빛, 물의 양을 측정한 후에 이를 단기간에 부어준다고 곡식이 자라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곡식도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일정한 간격을 필요로 한다. 일반대학보다 많은 수업시간, 대학원 수업, 연수 등으로 교대는 1년 내내 거의 풀 가동되고 있다. 결국 야간이나 주말, 그리고 이미 여력이 없는 방학 때 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교수 자원의 소진 현상을 가져와 기존 학생들의 수업에도 큰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교사는 준비가 크게 부족한 상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 대상은 결국 농어촌 학생들이 되게 될 것이다.

2003년으로 못을 박아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려다 보니 교실이 크게 부족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주로 대도시의 대규모 학교들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학교에 교실을 더 지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존의 각종 실습실을 교실로 활용하든 아니면 운동장을 줄이든 모두 교육 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누가 어떻게 비판하더라도 아직까지 우리 나라의 교육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이다. 교사가 청소년이 희망하는 미래 직업 3위 안에 드는 나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민족성과 함께 정부가 교원 정책을 상당히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외국의 사례를 들먹여 가며 스스로의 성공을 부정하고 실패한 나라들을 흉내내려 하고 있다. 여지껏 우리 스스로에 대해 너무 자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솝우화에 나오는 통나무 다리 위의 개가 되지 말자. 최소한 우리 입에 든 고기는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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