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개혁, 내일이면 늦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개혁, 내일이면 늦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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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용교 광주대 교수.사회복지평론가
지난 10월 23일에 개최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한사협)의 '회장선거'를 보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인가?"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한사협의 차기회장을 뽑는 이날 행사는 일요일 밤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번 사건은 주요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 차례 보도되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한사협의 발전을 가로막고, 시간이 흐를수록 한사협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계의 상징이었다. 공덕동로타리에 우뚝 선 사회복지회관은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사회복지계의 메카이었다. 그런데, 사회복지계가 전문화되면서 한사협의 회원단체들은 아동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으로 분화되었다.

그리고, 사회복지관협회와 영유아보육시설연합회 등 이용시설을 대표하는 새로운 협회가 만들어지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강력한 협회가 생기면서 그 대표성은 추락하였다. 더구나 한사협의 시/도지부가 사회복지법인격을 취득하면서 법적으로 볼 때 한사협은 손발이 잘려나갔다.

이처럼 한사협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문태준 회장의 지도력은 직원과 전사협 직원으로부터 도전을 받았다. 지난 6월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과정에서 협의회의 관점을 반영하지 못한 것 등을 이유로 한사협과 전사협 직원들이 '회장 퇴진투쟁'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발전 및 수습대책위원회'가 조직되었고, '현 회장은 9월 아-태대회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부회장이 회장업무를 대행하며 임기를 올 12월까지 보장한다'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동의서에 문태준 회장과 직원대표 등이 서명하였다.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는 국면에서 열린 차기회장 선거는 한사협을 또한번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다. 10월 23일에 차기회장 선거가 열렸고, 문태준 님은 '차기회장에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사협의 개혁은 이미 때를 놓쳤고, 더 이상 방치하면 한사협은 그 존재의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첫째, 문태준 님은 더 이상 회장이 아니다. "회장 임기는 2001년 12월까지 유지하되 모든 본회 회무는 상근부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동의서는 문태준 님이 명예롭게 퇴임하도록 쓴 '외교적 표현'이다. 신임을 묻기 위해서 '차기회장선거'에 출마한 것은 어린이선거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둘째, 차기회장의 당선은 한사협 정관으로 볼 때 '선거무효'이다. 즉, 보도에 의하면 총회 재적인원은 121명이고, 회의참석자는 103명이었으며,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삼은 후에 일부 회원이 퇴장한 상황에서 투표에 참석한 사람은 49명이고, 문태준 님은 43표로 '당선'되었다고 한다. 정관에 의하면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일 때 효력을 갖는데, 이번 선거는 '과반
수 참석'이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셋째, 한사협은 더 이상 한국 사회복지계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 수많은 회원들은 한사협보다는 자신이 속한 분야의 협회에 더 소속감을 갖고 있다. 한사협이 회장의 진퇴문제로 혼미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한사협의 대표성은 끊임없이 추락한다. 일부 회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회원이 한사협을 탈퇴하고, 분야별 협회조직들이 '한국사회복지연합'(?)을 만든다면 한사협은 고사될 뿐이다. 왜, 스스로 장송곡을 부르는가?

/이용교 광주대 교수 복지평론가  http://www.welfare.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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