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간담회였나?
누구를 위한 간담회였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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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고필 광주전남문화연대 회원

■ 광주비엔날레 D-150일 기자회견 및 만찬회 참관기

   
▲ 지난달 30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비엔날레 기자회견
'멈춤'을 주제로 2002년 열리게 될 비엔날레가 1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숨가쁜 현대적 일상에서 우리는 중단없는 행진에 총력을 기울여왔을 뿐 과연 스스로를 뒤돌아본 적이 있었던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바로 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로 설정된 것이다.

주제의 선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는 지난 3월 28일과 29일 서울과 광주에서 열렸으며, 이때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컨셉의 일정 부분을 시사했었다. 그리고 5월 26일 서울에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4회의 주제와 관련한 각 부분에 대해 밀도 있는 접근을 통해 주제에 대한 농도를 높이는 행사를 치뤘다. 한편 6월 1일에는 광주 중외공원의 모정에서 "멈춤"이라고 확정한 주제를 발표하고 공동큐레이터를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D-150일인 10월 30일 오후5시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별관 3층 겔럭시홀에서 중앙의 일간지 및 광주지역 일간지 미술담당 기자와 미술전문지 기자, 방송 기자를 초대하여 6시 10분까지 기자회견을 갖고 바로 옆 엘리제홀에서 각계 저명인사와 문화애호 후원인 초청만찬회를 함께 치뤘다.

이번 행사의 주된 목적은 제4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행사의 추진현황을 소개하고 사전 붐을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주최측의 운영 미숙은 과연 이번 행사에 대한 주최측의 사전 준비가 얼마나 동행한 지역민의 가슴을 쓰라리게 만들었지 하나 하나 지적하고자 한다.

미리 말하건데 이 글은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지역민으로서 좀더 발전하는 비엔날레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오해 없길 바란다.

대규모 홍보 이벤트 컨셉 부재한 기자회견

첫째, 이번 행사가 제4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대규모 홍보 이벤트라는 컨셉이 부재한 기자회견이었다는 점이다.
중앙지가 되었건 전문지가 되었든 기자들을 불러모아 주최측은 플로어에서 정해진 각본대로 읽어주고 기자들에게 질문하길 바라는 방식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감독의 발언시간이 자못 길어 이를 보충해서 세부 내용을 얘기할 전시부장은 오히려 전달해야 할 보도 자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고 대충 끝내야 하는 상황에 접했다.

거기에 기자회견에 할당된 시간의 마감이 바로 연계한 행사인 만찬행사의 시작시간에 임박하자 사회자는 플로어에서 나온 기자의 질문을 유연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무조건 다음 만찬장에서 질문하길 바라는 방식으로 끌어갔다.

기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소리 없이 넘어갔지만 취재석에서는 충분히 들릴만한 원성들이 있었다. '무엇을 위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라는(만찬장에서 궁금해했던 기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길 없었다).
철저한 사전 기획과 연출을 통해 어떻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며 홍보를 극대화 할 것인지에 대한 재단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것은 뉴스 생산자 스스로의 자만심과 준비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다. 현대의 일상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별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꽉 채우는 보도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에 대해 어떻게 광주비엔날레가 포지셔닝을 설정하고 우위적 보도를 유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보도자료의 내용 부족

이런 탓인지 두 번째 문제는 보도자료의 내용 부족에서 발생했다.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된 4회 비엔날레의 보도자료에는 각 프로젝트별 주요내용과 작가 소개발표 등으로 짜여져 있는데 29개국 132명의 작가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의 확인과 작가들의 이름뿐 그들이 어떻게 이번 컨셉과 부합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도 없었다. 단지 그들의 국적과 이름만 있었을 뿐이다.

광주는 이들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세계 미술의 흐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만한 역량을 가져 광주를 더욱 영광스럽게 만들어 줄지 아니면 광주를 우습게 여기고 그저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길지 그들의 이름과 국적만을 알려주는 페이퍼에서는 찾아 낼 길 없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이 기자회견에 내어 놓은 보도 자료였다.

물론 준비과정에서 부족한 시간과 한정된 지역적 공간성들은 인정하지만 기자들의 준비부족에 대한 질책에 대응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는가?
궁색한 변명조차도 하지 못할 기자 간담회였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기자회견 장소·시간 고민 부족

셋째, 기자회견의 장소 혹은 시간에 관한 고민이 부족했다.
뉴스의 생산자가 그 매개체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더욱 세련된 기법이 필요하다. 무조건 D-150일이라는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와 인접하여 각 신문사의 문화면중에서 미술 기사가 비중 있게 나가는 요일에 대한 사전 점검과 데스크의 기사 마감시간 등을 고려한 시간의 선택이 관건이다.

화요일 오후 5시, 여의도라는 공간의 선택이 과연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물론 나는 모 신문사 기자가 이점에 대해 지적했을 때 광주사람이기 때문에 끓어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도 궁극적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 때문에 그 기자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조금은 안스러웠다.

비슷한 시간대의 성격 다른 두 행사

넷째, 비슷한 시간대의 성격이 다른 두 행사를 왜 치러야 했는가?
기자간담회의 성격을 빌은 회견과 만찬의 성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서로 쉽게 이해하는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인 미술제전을 표방하는 광주비엔날레가 아는 사람과 우호적인 사람을 모아 만찬을 통해 더욱 많은 협조와 관심을 부탁하는 상견례 자리에 비엔날레의 이모저모를 보도해야 하는 기자를 합석시켜 서로 박수치고 인사하며 우의를 돈독하게 한다는 발상은 너무나 유아적인 사고이다.

물론 경상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한가하게 비엔날레를 위해서 밥 다먹어주고 박수 다 쳐주고 폐회선언까지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은 십중 팔구 없을 것이 예견된 일 아니었는가?

누구를 위한 간담회?

다섯째, 간담회는 누구를 위해 열렸는가?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많은 분들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게 이사장의 인사말을 통해, 시장의 감사의 말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한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사장이 나서서 본인은 자연스러웠다지만 보는 사람은 위태로울 정도로 사적인 개인 소개를 하는 모습과 고문이라는 강원룡 목사께서 인사말을 할 때는 솔직히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고문으로 된 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도 못하고 왔습니다만 이렇게... 영광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제 제 4회 광주 비엔날레 '멈춤'을 위한 사회에 대한 보고는 대부분 끝났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아직 광주사회는 주제에 부합되는 각 부분별 행사가 무엇인지, 그 행사는 누구에 의해 구성되어 지는지 아직은 모른 상황이다.
적어도 제 4회 광주비엔날레가 시민사회의 호응속에 열리고자 한다면 지역에서는 이런 집안 일 같은 행사를 치르지 않고 완숙한 행사를 치러 주길 바란다.

/전고필 광주전남문화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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