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비상구는 M&A
지역신문 비상구는 M&A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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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오늘]류한호 광주대 교수

지역언론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론이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지만, 요즈음의 위기는 그 질이 다르다. 그것은 설이 아니라 현실이며, 기능의 부실이나 일상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생사와 존폐의 기로에 직면한 어려움이다. 위기는 방송과 신문 양 부문에서 동시에 다가오고 있지만, 여기서는 신문만을 말하기로 하자.

2001년 10월 26일 광주매일이 창간 10년만에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전남일보가 한차례 파업을 거치더니 매일 16면으로 감면을 했다. 그에 뒤질세라 광주일보도 11월부터는 매일 16면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 두 신문사의 감면은 조만간 정리해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에서도 가장 척박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지역의 언론계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된 모습을 갖추고 있던 3개 신문이 약속이나 한듯이 21세기에 접어들자마자 동시에 몰락의 도미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몰락과 위축의 속도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다.

1990년대 초기에 구가했던 광주지역 신문의 황금기는 어느덧 역사의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고, 이제 스산한 낙엽이 뒹굴고 찬서리 내리는 늦가을의 황혼이 다가왔다. 그만 이대로 스러지고 말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수 있는가.

지역의 영세한 산업경제적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문사들이 생성되어 포화상태를 넘어선지 오래건만, 최근까지도 새로운 신문들이 만들어졌다. 사회의 환경을 감시하고 비리를 고발하고 불의에 호령하는 젊은 사자들이 태어나는 게 아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지역의 모든 신문들이 형질변경을 일으켜 점차 하이에나를 닮아가고 있다. 소규모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을 다수 신문들이 나눠먹다 보니 모두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영양실조에 빠져 비실거리는데 강력한 중앙지들은 이들에게 무차별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신문은 더 이상 지역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부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까지 광주 지역사회에서 지역신문이 해 온 일들을 겸허하게 되돌아보자. 그들은 언론으로서 가야할 올바른 길을 과연 걸었는가. 지역언론은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하여 올바르게 대처했는가. 언론사주와 기자들은 자기가 걸어야할 길과 지켜야할 도리와 윤리를 충실히 지켰는가. 사사로운 이권에 개입하거나 사주의, 모기업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거나 또는 사업확장을 위한 전위대나 로비창구로 기능하지는 않았는가. 지역 주민들이 지역신문을 외면하고 중앙지로 발길을 옮기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항목에서 질문과 응답의 기준은 물론 상대적이다. 그 답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지역신문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기상황은 과연 극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역신문은 여기서 스스로 존립을 포기하거나 있으나마나 한 모습으로 간신히 생명만 유지해도 괜찮은가. 답은 하나다. 지역신문은 살아야 한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존재하는 한 지역신문은 그에 적절한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제 위기에 선 지역신문의 활로를 마음을 비운 자세로 논의해야 할 때다. 그 방안은 신문사들 사이의 결합(M&A)이다.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더 어려워지기 전에 그나마 힘이 있을 동안에 상호결합하여 물적 인적 구성이 비교적 튼튼한 신문사를 세우는 일이다. 기존 신문사주들은 대주주로 참여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사원도 주식을 갖고 시민주를 공모하는 방안을 결합하면 더욱 좋다. 사원과 시민이 주인되는 신문은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그 성공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사주가 봉건적으로 지배하던 구멍가게식 신문사 운영방법을 포기하고 자본주의적인 주식회사식 운영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지역신문을 떠났던 독자들도 다시 돌아오고, 지역의 광고시장도 그 규모가 확대되고 질서도 웬만큼 잡힐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지역신문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사실상 주인이다. 지금의 위기는 자기역할을 다하지 못한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징벌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지역신문들은 주인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주인의 뜻에 따르는 최선의 방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대의 창의력과 개방성, 마음 비우기,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이 결합되어 미래를 모색한다면 기사회생의 희망은 있다. 지역사회가 존재하는 한 지역신문은 필요하다.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산소통이요 혈관이기 때문이다.

/류한호 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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