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교육을 계량할 수 있나
[기자닷컴]교육을 계량할 수 있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기용 기자

성과금 지급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교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 추석 때 지급된 교원성과금 가운데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여만에 광주에서만 1천3백20명으로부터 4억6천여만원이 자진반납됐고, 전남지부에서는 8억여원이 반납돼 총 12억원을 넘었다.

지금까지 추세로 봐선 전교조가 계획하고 있는 광주 12억원, 전남 20억원 자진반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이처럼 '일부러 주는' 성과금을 받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화 교육'보다는 '교사 경쟁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교사들의 반발은 이보다 훨씬 현실적인데 있다.

A, B, C등급으로 교사들의 '경쟁력'을 구분해버린다는 것이 한국적인 교육정서상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교사는 "학교는 학원과 다르다. 학원은 실력이 모든 평가의 최우선적인 기준이 되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어떻게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어떻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실제 성과금을 반납한 교사들 가운데 졸지에 '3류'로 전락해버린데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성과금을 많이 지급받은 교사들도 오히려 동료교사들 얼굴 보기가 민망한 경우도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전교조 소속이 아닌 교사들도 상당수가 반납대열에 참여하는 등 의외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서먹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차등지급된 성과금을 모두 모아 균등배분하는 편법을 동원한 학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또 애초에 '교육의 질'을 계량할 객관적인 기준이 확실하게 마련될 수 없다는 맹점을 가진데다 일부 학교에서는 평가권한을 가진 교장이 임의대로 등급을 매겨 처음부터 우려됐던 '줄세우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또 선정기준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달라는 내용의 고충심사청구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는 한편 자신의 등급선정 이유를 밝혀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하는 등 아예 법적대응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교육계 내부의 사기를 진작시켜주기 위해 마련된 성과금이 오히려 교사들의 자존심만 한껏 구겨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지만 현실인식과 준비정도가 부족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 듯 하다.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만한 평가기준을 만들든지 아니면 정책 자체를 재고해보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용 기자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