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광주매일의 제르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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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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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서 기자

"저널리스트도 샐러리맨도 아니다" 광주지역 신문사 기자들이 자주 내뱉는 말 가운데 한토막이다. 쓸 것(기사) 제대로 못쓰고, 받을 것(봉급) 제대로 못받는 처지에 대한 비탄이 짙게 배어있다.

다시 말하면 쓸 것 써야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 받을 것 받아야 하는 봉급쟁이로서의 절박감 중 적어도 하나는 충족되야 하는데, 둘 모두 충족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자기조롱이자 반성인 셈이다. 그만큼 언론개혁을 논할 때 적어도 광주지역에서만큼은 이 말이 '화두'일 수 밖에 없다.

광주매일 기자들의 파업투쟁은 이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지역언론계에서는 처음이라던 파업도 벌써 14일째다. 신문발행중단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사주는 직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장기파업에 대비해 조직을 촘촘히 짜며 서로를 추스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투쟁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임금요구안은 3.7%, 고생해서 올려봐야 기껏 연차에 따라 연 30만~60만원 수준이다. 더욱이 회사는 광주일보나 전남일보보다 많거나 적어도 같은 수준은 맞춰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쳇말로 '가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얘기다.

   
▲ 광주매일발행중단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9일 회사측,쟁의대책위,편집국간부,주재기자단 대표들이 모여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그 협의결과가 이번 파업사태의 중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외롭게 싸우고 있다. 왜일까. 노조위원장은 그 이유를 '자존심 회복'이라고 했고, 다른 기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임금투쟁 너머에는 언론개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임금인상투쟁과 아울러 그에 못지않게 실추된 언론기능을 스스로 회복시키기 위해 예의 '화두'를 붙들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매일의 파업투쟁은 희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제르미날'(싹트는 날)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하다. 에밀졸라는 제르미날에서 "'광부'(鑛夫)들의 파업투쟁을 그린 이 소설이 '미래를 예언하고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문제를 제기하리라"고 말했다.

프랑스 드레퓌스사건을 고발한 신문기자인 에밀졸라가 자본가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설에 담았다면, 광주매일 기자들은 스스로 노동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이들의 파업투쟁이 언론사주에 맞서 광주지역 언론개혁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제르미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양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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