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에 눈물짓는 건 왜일까
그녀의 이야기에 눈물짓는 건 왜일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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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공지영의 수도원기행/공지영 지음, 김영사>

난 공지영에 대해, 한 번도 만나본 적도 그가 한 인터뷰를 본 적도 없는 소설가 공지영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등을 읽으면서 생긴 선입견이다.

우선은 정말 똑똑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척은 할 것 같다는 것, 똑부러지게 살아서 나처럼 작은 일에 흔들리고 남의 말에 쉽게 솔깃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쉽게 사귀지 못할 거라는 것….

허, 그렇게 보이던 사람이 수도원 기행에 관한 책을 썼단다. 그것도 책 제목 사이에는 커다란 글씨로 '그녀가 그리 오래도록 찾아 헤맨 목마른 영혼의 해답'이라고 씌여 있다.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 한달 남짓 동안 열 개쯤 되는 수도원을 돌아본 얘기였다. 솔직히 수도원들을 어떤 곳은 그저 스치면서, 또 어떤 곳은 하룻밤 묵으면서 본 게 전부라서 그가 수도원들에서 그의 신앙심을 키웠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수도원을 찾아다니면서 그녀가 만나는 수많은 행운들. 예를 들면 어둡고 춥고 비가 많은 유럽의 겨울 속에서도 그녀가 수도원을 찾은 날은 항상 날이 좋았다거나,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거나(그녀는 철썩 같이 하느님이 자신에게 보낸 은총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지만), 등등의 일까지도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자기 과시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부분부터인가 모르게 난 <몰입>이 되어 있었다. 어느 순간 책을 읽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그가 토해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 그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가 눈물짓고 있었다.

이상했다.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눈물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없다. 내가 그녀와 비슷한 상황인 것도 없고, 동시대의 고민을 안고 살았던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내 가슴이 절절거리는가 말이다.

그가 툭툭 내뱉는 한 마디에, 그는 별로 의미를 두고 한 말 같지도 않은데, 난 그 말을 가지고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한숨짓고 눈물짓고 웃음 짓는다.

유물론에 심취해 신을 멀리 했다가 18년만에 신 앞에 돌아와서 했다는 그녀의 기도.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일랑은 하지 마세요. 설사 그것 때문에 지옥에 간다 해도, 물론 지옥에 가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지금 나는 그 사람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만은 내게 하지 마세요. 하느님... 다른 건 다 돼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아, 그녀도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솔직한가.
갑자기 책장 속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성경을 꺼내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것 역시 내가 싫어하는 나의 가벼움이다.

이 책을 덮으니 더욱 더 떠나고 싶어진다. 한 한 달쯤, 그냥 혼자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돌아다니고 싶다. 아, 가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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