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 없는' 우리 동네 놀이터
'아이들 웃음소리 없는' 우리 동네 놀이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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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필 광주사회복지연구소 소장
녹이 슨 미끄럼틀,
줄 끊어진 그네,
유리조각 뒹구는 모래터,
어른 눈높이의 놀이기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사는 곳엔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놀이터를 보게된다. 안전하게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마련된 놀이터에서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기저귀 떼고 걸음마 조금씩 걷기 시작한 아이들이 할머니와 또는 엄마와 함께 바람이나 쐬러 나오는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사는 광주 북구 두암 3동 뒤편에는 초롱어린이 놀이공원이라는 제법 넓직한 놀이터가 있는데, 그 놀이터를 볼 때마다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도시 건물 속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놀도록 할애한 공간에는 고철처럼 녹이 슬어 버린 미끄럼틀, 삐그덕 삐그덕 소리나는 시이소, 그리고 줄이 끊어진 그네, 의자 몇 개와 나무그늘 조금, 공을 찰 수 있는 운동장도 못되고 유리조각이 뒹구니 흙 놀이 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어정쩡한 모습으로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아까울 수밖에...놀이터를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놀이터에 차지하고 있는 놀이기구 들은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미끄럼틀 올라가는 계단은 왜 그리도 좁고 발판은 얼마나 허술한지 세 살 난 딸아이가 그 계단을 오르면 난 아슬아슬해서 뒤따라 나서야 마음이 편하다. 내려오는 곳의 높이는 또 얼마나 가파른지 아이들이 타기에는 너무 높지 않은가 생각된다.

사실 놀이터는 고학년이 되면 재미없는 곳이 되고 그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저학년이나 아주 어린아이들이니 빠른 시일 내에 동네에 있는 놀이터를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방과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떠들썩하니 공 차는 놈 하나 없이 모조리 학원으로 향하고 그나마 집안에서 게임이나 하고 시간을 보내니 놀고 싶어도 놀 시간이 없으니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을 수밖에 .... 그러니 집 앞 놀이터라고 별반 다르지가 않다.

그렇다고 동네마다 똑같은 모양새로 자리하고 있는 놀이터를 모조리 없애버릴 수는 없는 일이고 우리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로 탈바꿈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하루 종일 지켜봐도 노는 어린이가 없는 초롱어린이 놀이터에 멀쩡한 화장실을 부수고 붉은 벽돌로 근사하게 다시 화장실을 지을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에 맞추어 쇠로 만든 놀이기구가 아닌 안전한 목재나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키 높이를 낮게 한 놀이기구를 설치하든지, 요즘 아이들이 너나 없이 가지고 다니는 킥 보드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든지, 갈곳이 없어 집 앞에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를 바꾸는 것은 어떨지...

난 오늘도 잡초가 무성히 자란 초롱 어린이공원을 보면서 별별 상상을 다해 본다. 저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게 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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