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아래 큰 세상은…
강물아래 큰 세상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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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강물아래 큰 세상-한국 토종 물풀·물고기와의 만남전">

개울로 나가 수풀을 덮쳐 미꾸라지나 붕어를 잡던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즐겁다. 어머니 몰래 키를 들고 나와 고기를 잡은 날엔 꼭 지청구를 듣기 마련이었다. 물고기는 이미 뱃속에 담았어도 키에 베인 비린내까지는 없애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추억의 한 끄나풀을 붙잡고 키 대신 튼튼한 쪽대를 들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본들 추억 속을 유영하던 물고기를 만나볼 수가 없다. 언젠부턴가 강은 더 이상 물고기들을 키워내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 광주 북구 문화의집에서 열리고 있는 '강물 아래 큰 세상'은 이런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새삼 추억을 더듬게 하는 기획전시이다. 쉬리, 미꾸리, 피라미, 각시붕어, 참붕어, 꺽지 등 옛 추억의 강물에서 유영하던 토종민물고기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쉬리 미꾸리 각시붕어 어항 속 토종물고기…추억의 강물 떠올린다

이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고기를 빌려준다던 곳에서 시설에 안맞는 큰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항을 빌려주기로 한 이벤트 회사에서 모두 파손되어 어렵다고 전갈도 왔다.

겨우 어항을 구해 물고기를 채집하였더니 수생식물을 구해 주기로 약속한 분이 몸이 아파 식물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전시를 하루 앞두고 전시를 기획진행하던 김호균(39·북구 문화의집 상임위원)씨는 직접 황룡강가에 나가 목까지 차오르는 강물 속에서 마름과 자라풀과 어리연꽃 등을 채집하는 숨가쁜 과정도 거쳤다는 후문이다.

어려운 준비 끝에 지금 북구 문화의 집 전시장은 용궁 속이 되었다. 이 땅에서 호흡하는 물고기 200여종 중 40여 종이 저마다의 몸짓을 하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잠시 물고기들의 얘기를 엿들었다. "우리의 우아한 몸짓을 보고 이 강산의 아름다움을 얘기하자. 제발 입맛만 다시지 말고 그대의 햇살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강을 살리는 방법을 얘기하자."

29일로 전시가 끝나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물고기들은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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