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욱, 그의 삶과 예술은 통해있다
진양욱, 그의 삶과 예술은 통해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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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욱, 삶과 예술…유작전에서 만난다>

한 인간의 체취는 그의 생장 환경, 성장 후 자신이 구축해 나가는 삶의 흔적에서 강하게 그리고 진하게 풍겨난다. 붓질로 삶의 한 축을 삼는 화가라면 그의 회화에서 묻어나는 체취가 바로 그렇다. 특히 화가에게선 생을 마감한 다음에 그 예술세계의 진가를 새삼 확인하기도 한다.

남도 인상파적 구상화로 호남 화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진양욱씨(1932∼1984). 번지고 스며드는…, 자유롭게 펼쳐지는 화려한 색채와 추상적인 전개 기법. 그의 그림에서 삶과 예술은 하나로 통해있음을 목격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개관 9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진양욱, 그 삶과 예술'전을 마련했다. 다음달 7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198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52세의 생을 마감한 뒤 1987년 국립현대미술관 유작전에 이어, 광주에서 최초로 기획된 유작전이라는 의미도 크다.


광주시립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전 내달 7일까지
삶과 예술 3기 구분…광주 첫 유작전


그 의미란 우선 그 삶의 흔적을 따라가면 읽혀진다.
전북 남원에서 출생한 진씨는 곤궁한 가정환경 속에서 향학열을 누르지 못해 가출, 전라남도로 내려와 동가식서가숙하는 고학으로 곡성농고를 졸업하고 조선대 미술학과에 입학한다.

조선대에서 남도 화단의 거봉 오지호 화백을 만나고 남도 화단의 구상화풍에 몰입한다. 그러는 동안 진씨는 조선대 미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1980년 당시 박철웅 총장, 이규호 문교부장관과 독대하여 조선대에 미술과를 미술대학으로 승격시켰다. 따라서 미술계에서는 그를 오지호로부터 시작된 남도의 인상파적 구상화 계열로 구분 지으면서, 광주에 조선대 미대라는 이름을 남게 한 선각자로 꼽기도 한다.


오지호 화백 문하 남도 인상파적 구상화 시도
한국적 미적 특성 추상성 반영
조선대 미술대 승격 기여


그럼 예술로 통한 삶의 흔적은 어떤가. 그의 회화는 오지호의 영향에 환상적인 색채와 강렬한 원색을 가미하여 구상과 비구상의 중간영역을 창출한다. 미술사적 측면에선 오지호가 선도한 인상파적 화풍을 계승 발전시켜 기존 화풍의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미적 특성과 추상성을 선구적으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그의 예술세계를 이번 초대전은 3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1기는 성장기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수업기'(1955∼1965). 대학에서 오지호 화백을 만나 화가 수업을 끝낸 시점이라 할까. 남도의 자연풍경을 모티브로 한 안정된 구도, 가라앉은 색채가 눈에 띈다.

2기(1966∼1977)와 3기(1978∼1984)는 1977년을 중간점으로 '자연과 대결하는 근성'과 '생명, 근원의 탐구'로 구분된다. 1977년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 연구교수로 초빙받아 1년간 다녀온 뒤 작가세계는 더욱 성숙된다. 그 이전 2기는 오지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파적 풍경 위주의 화풍. 예술가로 성장하는데 배경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 1년 연구 수업…환상적 터치 색채 독자화풍 구현

그러나 1970년 이후 색채가 밝아지면서 색면과의 연결을 통해 형태가 구분되는 화면 창출로, 기존 화풍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1979∼81년 사이 에로티시즘을 구현하는 기법의 아이러니도 발견된다. 자연풍경에 여체를 대입시켜 성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언덕' '계곡' 등의 그림은 자연대상을 드로잉으로 단순화·상징화시켜 구상적 이미지를 도출한다.

미국 연구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3기는 성숙된 작가로, 독자적인 화풍이 보인다. 기존의 주된 모티브인 남도풍경은 물론 살아있다. 거기에 가미된 환상적인 터치와 색채. 당시 호남 화단에 파격적 수법이라는 반발을 일으킬 정도로 반향이 컸다. 절제된 빛의 강도와 중화된 색채의 보색 병치는 밝고 경쾌한 음악적 효과와 환상적인 회화공간을 연출한, 말 그대로 미적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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